파월 “연속 금리인상도 고려”… 고민 깊어진 한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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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높아, 통화정책 불충분”
ECB-英중앙은행 총재도 인상론
美와 금리차 더 커지면 환율 요동
한은, 금리 올리자니 경기 부담

28일(현지 시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연례포럼의 패널 토론에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앤드루 베일리 영국중앙은행 총재(왼쪽부터)가 참석했다. CNBC 
인터내셔널TV 화면 캡처
28일(현지 시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연례포럼의 패널 토론에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앤드루 베일리 영국중앙은행 총재(왼쪽부터)가 참석했다. CNBC 인터내셔널TV 화면 캡처
각국의 중앙은행 수장들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다시 긴축 페달을 밟을 것임을 시사하고 나섰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두 번 연속 금리 인상도 고려하고 있다”며 시장에 강력한 시그널을 줬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앤드루 베일리 영국중앙은행 총재도 긴축 고삐를 죌 것으로 보여 세계 각국의 금리 인상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다음 달 13일 하반기(7∼12월) 첫 번째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경기와 금융 불안을 고려해 동결 기조를 유지할지, 한미 금리 차에 따른 환율 변동과 자본 유출 등을 고려해 추가 인상에 나설지 기로에 선 것이다.

● 긴축 고삐 죄는 주요국
28일(현지 시간) 포르투갈 신트라 ECB 포럼에서 패널 토론에 참여한 파월 의장과 라가르드 총재, 베일리 총재 등 주요국 중앙은행 수장들은 미국과 유럽, 영국 경제의 인플레이션 상승 압박이 상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파월 의장은 “지난 분기 데이터를 보면 예상보다 경제는 성장하고 있고, 노동시장은 타이트하며 인플레이션은 생각보다 높다”면서 “통화정책이 충분히 제약적이지 않았을 수 있고, 그 기간이 충분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 은행 위기 사태 확산을 우려하며 ‘금리가 충분히 제약적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발언했던 것에 비해 ‘매파’ 수위를 높인 것이다.

시장이 향후 연준의 징검다리식(스킵) 금리 인상을 전망하는 데 대해서도 “나는 (2번) 연속 인상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파월 의장은 “물가상승률 2%대 목표는 올해도 내년에도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긴축 사이클이 2025년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 같은 발언에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다음 달 2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연 5.25∼5.50%로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미 동부시간으로 29일 0시 기준 81.8%까지 올랐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시장의 기대가 급격히 뒤집힌 것이다.

라가르드 총재도 9월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확답을 자제했지만 “7월 인상 중단보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단언했다. 지난주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영국중앙은행의 베일리 총재도 “영국은 가벼운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해 왔지만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며 추가 인상 여력이 있음을 밝혔다.

● 딜레마 빠진 한은
이 같은 주요국의 긴축 행보에 한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1월 기준금리를 3.25%에서 3.50%로 올린 뒤 2, 4, 5월 회의에서 3연속으로 금리를 동결했다. 이에 따라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인 1.75%포인트로 벌어졌다. 한은이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연준은 두 번 연속 인상에 나설 경우 한미 금리 차는 2.25%포인트까지로 확대될 수 있다.

한미 금리 차가 2%포인트 이상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가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외환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 실제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3원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한 1317.6원으로 마감했다. 이달 중순 127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연준의 긴축 우려가 커지면서 급등하는 모양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5월 금리 동결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상을) 절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며 추가 인상의 불씨를 남겨뒀지만 국내 경기 침체와 가계부채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국 경제가 내우외환의 위기에 직면했다”며 “한은으로서는 금리를 높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데 연체율이 오르고 부실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롬 파월#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연속 금리인상 고려#한국은행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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