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개월 연속 하락 행진을 이어가면서 지난해 여름 수준까지 되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르긴 힘들다는 인식도 퍼지면서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을 찾는 수요가 늘어났다.
하지만 시장금리 상승이 지속되는 데다 미국이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 탓에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예상보다 길어질 고금리’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는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대출금리는 신규 취급 기준 연 5.12%로 집계됐다. 한 달 만에 0.11%포인트(p) 상승해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가계대출 금리도 연 4.83%로 전월비 0.01%p 상승했다. 이는 작년 12월 이후 5개월 만의 오름세였다. 특히 일반 신용대출이 연 6.44%로 전월 대비 0.14%p 높아졌다.
반면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한 달 전보다 0.03%p 하락한 연 4.21%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7월(4.16%)과 비슷한 수준으로, 당시 기준금리는 현 3.50%보다 1%p 넘게 낮은 2.25%였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8월(4.35%)과 9월(4.79%), 10월(4.82%)까지 쭉 오름세를 나타내다 지난해 11월(4.74%)부터 12월(4.63%), 올해 1월(4.58%), 2월(4.56%), 3월(4.40%), 4월(4.24%) 등 계속해서 내렸다.
이번까지 7개월 연속 하락 행진을 이어간 것이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내림세를 지속한 것은 일부 은행에서 연 3%대 금리를 내세운 특판 행사를 실시하고 우대금리를 확대 적용한 영향이 컸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결정하는 지표금리의 경우, 변동형 지표금리인 코피스가 내리고 고정형 지표인 은행채 5년물이 오르는 등 서로 엇갈리는 모습이었다.
이에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16%로 변동형(4.39%)보다 낮았지만, 금리 하락 폭은 변동형(-0.07%p)이 고정형(-0.03%p)보다 컸다. 특례보금자리론 금리 동결도 고정형 하락 폭 제한에 영향을 미쳤다.
이런 추세에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 중 고정금리 비중은 77%로 한 달 전보다 3.7%p 하락했다.
변동형 금리 하락 폭이 고정형보다 커진 데다 향후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도 이전만 못해지면서 변동형 대출에 대한 수요가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물론 다음 달에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내리고 변동형 금리에 대한 수요가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오히려 6월 코픽스는 다시 올랐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시장금리는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은도 통화안정증권 발행으로 시장금리를 떠받치는 양상이다. 한은은 지난달 17조원 넘는 통화안정증권을 시장에 푼 데 이어 이달과 다음 달에는 각각 10조5000억원, 12조9000억원 규모의 발행 계획을 내놨다.
최근 상황은 연준과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빠르게 확산했던 지난 1~4월과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이에 ‘고금리 장기화’에 대비해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내 금리 인하에 무게를 뒀던 시장 참여자들의 전망이 6월 FOMC 이후 약화되고 있다”면서 “연준과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바라보는 통화정책 전망의 괴리가 수정되며 축소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안 연구원은 “고금리 환경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화될수록 금융시장 참가자나 경제 주체들의 버티는 힘이 약화될 수 있다”며 “연내 금리 인하 기대로 버텨 왔던 경제 주체들이 고금리 여건에 맞춘 전략 변화가 요구된다. 자금시장 내 유동성 부족 우려가 금융기관과 기업을 중심으로 수시로 제기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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