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급락하던 지난해 말 관련 전문가와 학계는 입을 모아 올해 부동산시장을 이같이 전망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집값이 고점에 달했다는 인식이 확산된 데다, 경기침체 우려 등이 팽배한 상태라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락폭이 한 자릿수에 머물 것이라는 측과 두 자릿수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는 주장만 엇갈릴 뿐이었다.
6개월이 지난 현재 이들은 당시 전망을 유지하고 있을까. 이러한 궁금증은 7월 하반기가 시작된다는 시기적 이유와 함께 최근 주택시장에 반등을 기대할 만한 적잖은 변화가 감지된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아파트 실거래가 상승세 이어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0.01% 오르며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해 2월 하락 전환한 이후 16개월 만이다. 아파트 실거래가는 전국 기준으로 2월(1.04%)에 반등한 이후 3월(1.09%)에 이어 4월(0.83%)까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이 6월 28일 발표한 ‘2023년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지수(이하 지수)는 100으로, 전월(92) 대비 8p 올랐다. 2022년 5월(111) 이후 1년 1개월 만에 최고치다.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1년 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는 뜻이다. 2020년 6월 이후 꾸준히 100을 웃돌던 지수는 지난해 2월부터 100 밑으로 떨어졌다. 기준금리 인상이 직격탄이 됐다. 이후 계속 100을 밑돌던 지수는 지난해 11월(61)에 저점을 찍은 뒤 상승 반전에 성공했다. 그리고
7개월 연속 올라 6월 100에 도달했다.
황희진 한국은행 통계조사팀장은 이와 관련해 “전국 주택 가격 하락폭 둔화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이 16개월 만에 상승 전환하면서 부동산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심리가 확산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개점휴업 상태였던 거래량도 최근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서울 아파트의 한 달 거래량은 1000건을 크게 밑돌았다. 그런데 올해 들어 달라지기 시작했다. 1월 1416건으로 늘어났고, 2월(2459건)에는 배가량 껑충 뛰었다. 이어 3월(2983건), 4월(3189건)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특히 4월 거래량은 2021년 8월(4065건) 이후 최대다. 5월도 3306건으로 이미 전월을 추월했다.
거래된 물건들의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부동산R114가 최근 두 달(5~6월) 동안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4198건(계약해제 제외)을 대상으로 3~4월에 동일 단지·면적에서 거래가 1건 이상 체결된 1246건의 평균 매매가를 비교한 결과 829건(66.5%)이 상승 거래였다. 3~4월 조사(63.6%)보다 2.9%p 높아진 수치다.
게다가 주택구매력도 커지고 있다. 이는 중위소득 가구(소득별 5분위로 나눴을 때 3분위에 해당)가 은행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구매력 지수로 평가되는데, 이 수치가 증가 추세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3월 전국 아파트 주택구매력지수(HAI)는 107.3이다. 지난해 9월 78.0까지 빠졌다가 조금씩 올라 12월 95.3을 기록했고, 올해 들어선 1월(102.5) 100을 넘어선 뒤 2월(104.4)과 3월 각각 수치가 높아진 것이다.
이는 국내 중위소득 가구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중간 가격 수준의 주택을 매입한다고 가정할 때 현 소득으로 대출원리금 상환에 필요한 금액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 수치가 100보다 클수록 중위소득 가구가 주택을 큰 무리 없이 매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집값 바닥 찍었나
이런 시장 상황을 반영한 듯, 최근 쏟아지는 하반기 부동산시장 전망은 6개월 전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대표적인 곳이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다. 5월 26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2023년 하반기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하반기 주택 가격이 0.7% 하락하면서 연간으로 4.8%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지방은 하반기 1.6% 떨어져 연간 하락폭이 5.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수도권은 상반기(-4.7%) 하락폭을 유지한 채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즉 ‘0%’에 머문다는 것이다. 김성환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최저가 매물이 소진돼 저점을 보인 후 소폭 상승세를 보이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저효과에 따른 기술적 회복(상승)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중소·중견 건설업체 모임인 대한전문건설협회 산하기관 대한건설정책연구원도 하반기 전망을 수정했다. 지난해 9월 이후 연말까지 매달 발행하는 ‘주택시장동향’을 통해 “주택시장이 침체국면에 진입했고, 이런 상황이 앞으로 2~3년은 지속되면서 가격 하락폭을 키울 것”이라거나 “시장 경착륙 위험은 2023년에도 연이어 지속되고, 저점 도달 예상”이라는 전망을 쏟아냈다. 그런데 최신호(6월 26일자 ‘주택시장동향-5월호’)에서는 “과거 정상 수준을 밑도는 주택 거래량과 분양시장 불안감 등 위험 요인을 감안한다면 주택 가격은 하반기 하락폭이 둔화되면서 저점에 도달한 후 횡보하는 보합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수도권 아파트시장 경기는 ‘저점’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되며, 주택 거래량 등 위험 요인이 하반기 적절히 제어된다면 시장 회복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큰 폭의 집값 하락을 예고했던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아예 “집값이 지난해 말 저점을 찍었다”고 선언해 눈길을 끌었다. 김 교수는 5월 3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한국경제학회 주최로 열린 정책포럼(‘부동산시장의 현황·전망 및 개선방안’)에서 “부동산시장은 서울 아파트 가격지수 기준 2021년 10월 최고점을 기록한 후 지난해 12월 저점을 지났고, 올해 4월 현재 저점 대비 6.6% 상승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해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기준금리보다 국고채 10년물 금리와 상관관계가 높다”면서 “상반기에 나타난 주택 가격 상승은 국고채 10년물 금리 하락의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즉 금리인하 효과로 집값이 반등했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다만 “가계부채 또는 환율이 국가 경제의 주요 리스크로 부각될 시 다시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며 부동산 가격의 추가 하락 가능성 여지는 남겼다.
전월세시장은 하반기에도 침체 전망
김 교수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각종 강연과 저술, 미디어와 인터뷰 등을 통해 “올해와 내년 부동산시장은 굉장히 힘들 것”이라며 “2025년 이후가 돼야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지속적으로 내놓았다. 특히 2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개최한 ‘제1회 한국최고경영자포럼’ 기조강연에서 “연말 기준금리를 3.5%로 가정했을 때 올해 서울의 연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30%에 달하고, 2018년 4분기 가격 수준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김 교수와 함께 집값 대폭 하락을 주장해온 한문도 서울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6월 22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2023년 부동산 정책포럼’에서 “올해 부동산시장 가격 반등은 일시적인 상황이자 ‘데드캣 바운스’에 해당할 뿐이며, 추후 재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데드캣 바운스는 가격이 급락했다가 일시적으로 반등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최근 나타나는 상황은 추세적 변화가 아니라, 단기적 상승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앞으로 부동산시장은 ‘W자’형 더블딥이나 바닥이 넓은 ‘U자’형, 기울기가 완만한 욕조형, 한동안 오른 뒤 횡보하는 탁자형 등 여러 유형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즉 시장이 기대하는 것처럼 곧바로 큰 상승 사이클로 접어들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앞으로 금융시장 이슈에 따라 출렁이는 모습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세사기나 역전세로 혼란스러웠던 전월세시장은 하반기에도 침체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건산연은 “매수세 축소에 기인한 추가 수요 유입이 예상되고, 월세 상승으로 상대적으로 위축됐던 수요가 일부 회복되면서 (전셋값) 하락세가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입주 물량이 수요를 넘어서는 수준일 것으로 예상돼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하반기 2.0% 추가 하락을 전망했다.
박 전문위원은 “역전세난은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진행될 확률이 높다”며 “특히 고점 계약이 집중된 4분기(10~12월) 역전세난이 정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다만 아파트 전세금이 지난해 매매가보다 더 크게 하락해 수요가 생겨나고 있는 데다, 빌라 전세 수요가 아파트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전세금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재성 기자는… 동아일보 경제부장을 역임한 부동산 전문기자다. 30년간의 기자생활 중 20년을 부동산 및 국토교통 정책을 다루는 국토교통부를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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