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많은 조직에서 제품 및 서비스 효율과 품질 향상, 비용 절감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 기업은 조직 구성원들의 AI 사용을 장려하고 AI 기반의 직무 재정비를 지원해왔다. 이와 관련한 대부분의 선행 연구들은 조직 구성원들의 ‘AI 정체성’을 촉진하는 것이 직무 만족과 혁신적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밝혔다. AI 정체성이란 AI 관련 지식과 능력이 한 개인의 자아를 정의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개념이다.
중국 중산대 연구진은 AI 정체성의 긍정적 영향력이 알려지며 장점만 과대평가되고 부정적 측면은 간과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AI 활용이 많은 혜택을 제공할 수 있지만 이로 인해 데이터 편향, 의사 결정의 불투명성, 개인정보 노출 등 비윤리적 행동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연구진은 개인의 역할과 정체성이 심리 상태에 영향을 미치고 행동을 유도한다는 ‘역할 정체성 이론’에 주목했다. AI 정체성이 개인의 심리적 특권 의식을 유발해 조직 내 부당한 비윤리적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을 세우고 검증했다.
연구 결과 높은 AI 정체성을 가진 구성원들은 AI가 기술적으로 뛰어날 뿐 아니라 경쟁적 상황에서 성과를 높이려 할 때 ‘꼭 필요하지만 누구나 접근할 수 없는 희소한 자원’으로 간주했다. 이런 구성원들은 스스로 희소성이 있고 가치 있는 존재로 인식해 심리적 특권 의식을 가지며 이로 인해 조직 내 도덕적 기준이나 적절한 행동 규범을 위반하는 비윤리적 행동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I 정체성과 관련한 희소성을 높은 수준으로 인식하는 조직 환경은 구성원이 갖는 심리적 특권 의식에 더욱 큰 영향을 미쳤다.
연구는 AI 정체성이 조직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기존의 선행 연구와 달리 AI 정체성이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측면을 찾아내 조직 내에서 언제 어떤 경로를 통해 비윤리적 행동을 유발하는지를 검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조직이 AI 정체성의 가치와 희소성을 강조하면 오히려 윤리적 측면에선 잠재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 AI 정체성에 대한 보완적이고 균형 잡힌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또한 연구는 조직 내 관리자들이 AI 사용을 지원하고 장려할 경우 AI 정체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인식하고 이를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조직 내 관리자들은 “우리는 모두 AI와 관련돼 있다” “모든 조직 구성원은 AI에 접근할 수 있다”는 메시지와 같이 희소성에 대한 인식을 줄이는 조치로 부정적 영향을 낮출 수 있다. 기업은 이 밖에 다양한 조치를 통해 AI 정체성이 높은 조직 구성원들이 자신을 너무 특별한 존재로 생각하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