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성장 HBM 두고… K반도체 초격차 속도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3일 03시 00분


AI시대 필수재… 올해 60% 성장 예상
점유율 SK하이닉스 50%-삼성 40%… 업계 “美 마이크론, 기술력 뒤처져”
SK, 세계 첫 4세대 제품 업그레이드… 삼성, 북미 GPU업체에 공급 본격화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에서 촉발된 AI 산업이 급부상하면서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이 반도체 업계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황이 추락하며 암흑기를 지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고성능 D램을 무기로 삼아 이른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 AI 발달로 HBM 시장 가파르게 성장
2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AI와 초고성능 컴퓨팅(HPC) 수요 증대로 올해 HBM 시장은 전년 대비 60%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도 30%대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됐다. 전체 D램 시장에서 아직 10% 미만을 차지하는 HBM이 최근 가장 주목받는 배경이다.

트렌드포스는 “HBM은 기존 D램의 메모리 속도 제한을 극복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그래픽 처리장치(GPU) 및 서버 수요 확대가 주요 원동력”이라고 분석했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한 고부가·고성능 메모리다. 전기 소모량과 차지하는 공간이 작아 높은 효율성을 자랑한다. 데이터가 오가는 입출력 통로(I/O) 수가 1024에 달해 고대역폭이라고 불린다. 기존 D램 I/O(64)의 16배다. 1차선 도로와 16차선 도로의 차이다.

엔비디아, AMD 등 GPU 기업들은 물론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클라우드 업체들도 자사 제품의 성능을 끌어올릴 메모리 칩을 찾고 있다.

● 시장 양분한 삼성, SK하이닉스에 기대
HBM 시장은 국내 기업들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HBM 1위는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한 SK하이닉스였고 이어 삼성전자가 40%, 마이크론이 10%였다.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4세대 제품인 8단 적층 HBM3를 유일하게 양산하고 있다. 지난해 6월 GPU 1등 기업인 엔비디아의 신제품 ‘H100’을 겨냥해 본격 공급하기 시작했다. 올 4월에는 세계 최초로 12단 적층 HBM 개발에도 성공했다. 기존 4세대를 업그레이드 한 제품으로 양산 준비를 모두 마쳐 고객사 확보만 남은 상태다.

삼성전자도 HBM을 앞세워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4세대 이상 최신 제품의 양산 준비를 마친 상태로 AMD가 최근 공개한 AI용 슈퍼칩 MI300에 삼성 HBM3가 탑재됐다. 인텔이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와 구축한 슈퍼컴퓨터 ‘오로라’도 삼성전자의 HBM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B증권은 올 4분기(10∼12월)부터 북미 GPU 업체에 대한 삼성전자의 HBM3 공급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업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은 AI 분야에서 한국 기업과 비교해 존재감이 크지 않다. HBM 4세대 제품은 내년에야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이 열심히 추격하고 있지만 기술력은 아직 뒤처져 있고 상대적으로 가성비 제품에 의존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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