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최저임금 수정안 ‘신경전’…정부 발언 공방도

  • 뉴시스
  • 입력 2023년 7월 4일 1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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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최초 요구안 이어 1차 수정안 제출 예정
노동계, '1만원 이하' 정부 관계자 보도에 반발
공익위원 "결과 아무도 몰라…보도 믿지 말라"

법정 심의 기한을 넘긴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4일 열 번째 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다. 양측이 이날 회의에서 1차 수정안을 제출할 예정인 가운데, 최초 요구안이었던 1만2210원과 9620원 사이 간극을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임위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0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노동계와 경영계는 모두발언에서 최초 요구안에 대한 수정 언급 없이 기존 주장을 이어갔다. 노동계는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 대비 26.9% 인상한 1만2210원을, 경영계는 9620원의 동결을 요구한 바 있다.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금일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1.4%에 그치는데, 이런 상황에서 노동계 주장처럼 최저임금이 고율로 인상되면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생업은 존폐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올해 대비 26.9%의 고율 인상이 내수 진작과도 연관성이 없다고 했다.

류 전무는 “한국은행 민간소비통계와 통계청 소매판매액 지수를 살펴보더라도 최저임금 인상과 내수는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는다. 이는 최저임금 고율 인상이 영세중소기업의 고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고율 인상은 오히려 현 시점에서 겨우 안정세를 찾아가는 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사용자위원인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고임금자와 중임금자, 저임금자간 격차 해소 책임을 영세사업주에게 떠맡기는 것은 가혹하고 실효성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미만율 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 높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276만명에 이르는 저임금 근로자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10만여 명의 내년도 최저시급 1만2000원 요구 서명서를 제출하면서 인상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지난해 고용노동부 통계자료를 보면 300인 미만 민간 사업장의 노사임금 협상률이 5.1%였는데, 노조 조직률이 14%대인 상황에서 300인 미만의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곧 자신의 임금이 되는 상황”이라며 “고물가, 고금리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가계대출에 허덕이며 줄이고 줄여 세 끼를 두 끼로, 두 끼를 한 끼로 살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구조적 어려움을 내세워서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으려는 정부와 경영계 행태에 분노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노동계는 일각에서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된 ‘내년도 최저임금 1만원 이하’ 결정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앞서 1일 한 보도에 따르면, 정부의 한 고위 인사는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산식에 들어가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기타 여러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봤을 때 1만원을 넘지 않는 범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근로자위원 간사인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일 없듯, 지금까지 사실상 정부가 최임위를 향해 모종의 수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 드러난 것이나 다름없다”며 “저임금노동자의 삶과 생명을 담보로 하는 정부의 오만한 태도를 용인하지 않겠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박준식 최임위원장을 향해서도 “말로만 독립성, 자율성, 공정성을 얘기하지 말고 과감하고 강력한 특단의 대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수준 심의가 진행되고 결정 시점이 다가오면서 몇몇 언론에서 다양한 추측성 보도를 쏟아내고 있는데, 이 자리에 모인 누구도 그 결과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며 “익명 관계자 누구로부터도 영향 받은 바 없고 받을 수도 없다. 어떠한 보도가 있더라도 최임위 공식 논의사항이 아닌 한 믿지 말라”고 당부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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