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소량 들었는데…아스파탐 논란에 영세업자들 위태” 막걸리의 ‘비명’

  • 뉴시스
  • 입력 2023년 7월 4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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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파탐 이슈 후 막걸리 일주일 새 매출 두자릿수 급감
"다른 인공감미료 대체하려 해도 쉽지 않은 여건" 호소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물질(2B군)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막걸리 업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막걸리 상당수에 아스파탐이 들어있는 것으로 파악된 후 실제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데다, 대부분이 영세업체라 이를 다른 인공감미료로 교체하는 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4일 주요 유통업계에 따르면 아스파탐 문제가 불거진 후 유독 막걸리만 판매가 큰 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제품에서 아스파탐이 함유돼 있는 제로 탄산 음료의 매출은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더 늘었지만, 막걸리 매출은 3~12% 가량 줄어 들은 것이다. 그만큼 아스파탐 논란에 대해 유독 막걸리에 대해서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대형마트에 따르면 아스파탐 이슈가 불거진 이후인 이달 1~3일 대형마트에서 막걸리 매출이 전 주 대비 1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일부 편의점에서도 막걸리 매출이 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부 편의점에서는 매출 변화가 미미한 곳도 있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아스파탐 이슈가 불거진 후인 이달 1~3일 막걸리 매출이 전주 대비 12% 가량 하락한 반면 제로 음료는 오히려 15% 늘었다”며 “제로 음료의 경우 여름 성수기인 데다, 알고 보니 엄청 많이 먹어야 암 발생 우려가 되는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이 신경을 쓰지 않고 구입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소주·맥주에 비해 점유율도 낮은데 아스파탐 이슈가 불거지면서 실제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등 막걸리를 생산하는 소규모 업체들이 ‘줄도산’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막걸리 시장 규모는 5200억원 정도로, 10인 이하 영세 업체가 전체의 92%를 차지한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주류 제조업체로 등록된 막걸리(탁주) 업체는 지난해 말 기준 752곳이다. 이 중 서울장수, 지평주조, 국순당 막걸리 빅3가 전체 막걸리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막걸리 업계는 그동안 발효주인 막걸리의 맛을 장시간 유지하기 위해 아스파탐을 첨가해 왔다.

국내 3대 막걸리 가운데 ▲업계 1위인 서울장수는 달빛유자 막걸리를 제외한 모든 제품에 ▲지평주조는 지평생쌀막걸리, 지평생밀막걸리 2종에 ▲국순당은 생막걸리, 대박 막걸리 2종에 아스파탐이 소량 함유돼 있다.

함량은 제품마다 차이가 있으나 미국식품의약국(FDA) 기준, 일일 허용 섭취량(성인)에 따라 1병 당 허용량의 2~3%정도만 함유하고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아스파탐의 일일 허용 섭취량을 체중 1㎏당 하루 50㎎으로 정하고 있다. 이는 60㎏ 성인의 경우 하루 2400㎎ 이하로 섭취해야 하는 수준이다

아스파탐은 설탕의 200배 단맛을 내지만 칼로리가 낮고 가격도 저렴해 그동안 만성질환의 주범으로 꼽히는 설탕의 대안으로 전세계 200여개국에서 사용돼 왔다. 국내 식약처가 승인한 인공감미료 22종 중 하나다.

하지만, WHO 산하 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물질로 지정할 것을 예고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막걸리 업계는 아스파탐을 수크랄로스·아세설팜칼륨 등 다른 대체제로 변경한다는 입장이지만, 첨가물을 변경할 경우 기존과 같은 맛을 내기 쉽지 않아 고충이 크다고 설명했다. .

남도희 막걸리협회 사무국장은 “설탕의 단맛과 수클랄로스의 단맛, 아스파탐의 단맛 등 각 첨가물별로 고유의 맛이 있어 차이가 큰데 첨가물을 변경하게 되면 익숙한 맛을 내는 게 쉽지 않고 사람들이 선호하는 맛을 찾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다”며 “규모가 큰 업체들은 크게 문제가 되진 않겠지만 대부분 영세한 곳들이라 기존 맛을 유지하기 위해 레시피 연구에 드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다른 첨가물로 대체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맥주나 소주는 시간이 흘러도 맛이 변하지 않는데 막걸리는 쌀을 발효시켜 만든 발효주이기 때문에 출고가 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쌀이 알코올을 생성해 내 맛의 변화가 일어난다”며 “이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서는 첨가물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적인 절차도 쉽지 않다. 막걸리는 탁주로 분류되고 있는데 레시피를 바꿀 경우 식약처와 국세청에 면허 신청을 다시 해야 한다.

남 사무국장은 “첨가물을 하나 바꾸려면 주정 검사를 해야 하고 면허 신청도 다시 해야 하는 등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 등록해야 한다”며 “인공감미료도 식약처는 인정해도 국세청은 주세법상 인정하지 않는 것도 있어 레시피 변경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라벨을 30만 장 이상 만들어 놓고 한, 두개 품목을 제조해 판매하는 형태인데 소진 기간 없이 갑자기 바꾸게 되면 비용 문제가 커질 수 있다”며 “이를 다 고려해 보면 영세 업자들은 사실상 대응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줄도산 하는 업체들도 나올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막걸리 업계 관계자는 “막걸리의 경우 애초에 껌이나 과자 보다 아스파탐 함유량이 10분의 1 정도로 낮은 수준으로 들어 있다”며 “발암 가능물질 2B군에는 김치도 포함돼 있는데다, 식약처 조사 결과에서 처럼 33병을 마셔야 위험한 수준인데 이를 한번에 마실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아스파탐이 주로 사용되는 막걸리의 경우 성인(60kg)이 하루 막걸리(750㎖·아스파탐 72.7㎖ 함유) 33병을 마셔야 일일섭취허용량(ADI)에 도달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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