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테파니 독자 여러분! 동아일보에서 스타트업 취재를 담당하고 있는 김하경 기자입니다. (스테파니는 ‘스’타트업과 ‘테’크놀로지를 ‘파’헤쳐보‘니’의 준말입니다.)
‘네카라쿠배당토’. 최근 몇 년 새 너무 익숙해진 표현이죠. 취준생 및 개발자들이 일하고싶어하는 국내 대형 IT기업을 묶어서 이르는 말입니다. 이들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의사결정을 하는지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기도 하죠.
이번 스테파니에서는 이들 기업 가운데 ‘당근마켓’을 탐구해보려 하는데요. 당근마켓의 다양한 서비스 가운데 ‘당근알바’를 통해 당근마켓의 기업문화와 의사결정과정을 엿보려고 합니다. 인터뷰이는 당근알바의 한주연(Jennie) PM(프로덕트 매니저)입니다.
―‘당근알바’ 서비스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요?
당근마켓이 중고거래 서비스로 시작했는데, 지향점은 지역 생활 커뮤니티에 있거든요. 동네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구인구직이 동네 및 공간의 제약을 받는 영역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가게 사장님은 가게가 위치한 동네에 살고있는 사람을 구하고 싶어하고,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분들도 집이나 학교 근처에서 일하고싶어하거든요. 고정적 위치를 두고 그 주변을 찾는 구인구직의 행태가 동네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당근알바는 당근마켓에 전혀 없던 서비스는 아니었습니다. 설립 초기인 2015년부터 이미 구인구직 게시판이 운영돼 오긴 했는데요. 이게 활성화 되는 기미가 보여서 2021년 10월부터 ‘당근알바’라는 이름을 달고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기술도 많이 들어가고 운영을 고도화하면서 지역기반의 구인구직 서비스로 자리잡으려 하고 있고요.
―당근마켓은 신입공채를 안 하기로 유명하던데. 어떻게 입사해 당근알바의 PM을 맡게됐나요.
(인터뷰이인 한주연 PM은 1997년생으로, 한국 나이로 27세다. 입사는 24살이던 2020년에 했다.)
처음에는 광고팀 인턴으로 일했습니다. 대학생 시절 재학 중이던 학교와 당근마켓이 산학협력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대학생 신분으로 컨텐츠 마케팅 인턴으로 입사했어요. 그러던 중 옆 팀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해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가 오가는데, 거기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마케팅을 하면서 사용자들과 가게 사장님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이분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명확히 하게 됐고, 새로운 서비스를 직접 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옆팀으로 옮겨가 PM으로 일하기 시작하게 됐죠.
―직무 변경을 그렇게 빠르게 할 수 있나요? 그리고 인턴이었으면 비정규직이라 운신의 폭이 제한될 법도 한데요.
당근마켓의 소통 방식과 인재채용 방식이 대기업들과는 사뭇 달라 가능했던 일 같아요. 당근마켓 구성원들은 평소 업무관련 소통을 ‘슬랙(Slack)’에서 하는데요. 이곳에서 내가 맡은 업무 외에도 다른 사람들의 업무 내용을 볼 수 있어요. 내 업무와 관련된 것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도 피드백을 자유롭게 주고받는 분위기고요. 저도 마케팅 인턴으로 일하고 있었지만 옆팀에도 관심을 갖고 ‘이 부분은 제가 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당근마켓은 기본적으로 다른 팀에도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싶으면 할 수 있도록 업무환경이 조성돼있고요. 다양한 의견도 받아들여주는 분위기에요. 저도 의견을 개진하면서 실질적으로 옆 팀의 PM 역할을 하게 됐고, 당근마켓 구성원분들이 아예 PM으로 직무를 바꾸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게 조언을 해줬어요.
그래서 직무를 바꾸는 ‘전환면접’과 정규직 전환을 위한 ‘컬처면접’을 봤고, 면접에 합격해 지금은 정규직, PM으로서 일하고 있습니다. 전환 당시 학부 졸업까지 한 학기를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었는데요.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업이 줌으로 진행돼 수업을 들으면서 회사 일을 병행했던 기억이 나네요.
―당근알바 서비스 내용을 살펴보니 ‘걸어서 10분 일자리’가 있던데, 관련 아이디어는 누가, 어떻게 떠올리게 된건가요.
당근마켓에서 워크샵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당근알바에 맞는 지역 거리와 범위를 어떻게 할까’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용자들이 위치를 어떻게 인지하고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여정을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 다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였는데요.
당근알바 이용자들은 걸어갈 수 있는 알바를 더 찾을 것이고, ‘얻기 위해서’ 가는 것이니 이동에 들어가는 비용을 가장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할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쉽게 걸어갈 거리는 어디까지고, 직관적으로 알고 싶은 이동 시간은 몇 분일지 등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그렇게 나온 결과가 ‘걸어서 10분’이었고요. 이게 좋겠다는 의견이 나오니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그 자리에서 노트북을 꺼내 뚝딱 서비스를 만들어냈고, 바로 배포했습니다.
다들 평소에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보니 직감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용자들이 서비스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 후기를 평소에도 많이 찾아보고 있거든요. 그 과정에서 고민이 숙성됐고, 덕분에 빠르게 아이디어가 나왔던 것 같습니다.
―걸어서 10분 일자리 외에도 계속해서 기능들이 업데이트되는 것 같던데요. 기능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나오게 되는건가요.
사장님들과 알바생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핀포인트로 짚어 하나씩 가설을 수립하고요. 빠르게 가설을 검증할 방법을 찾아 진행하고 효과가 좋은 것들은 정식 기능으로 출시합니다.
너무 많은 기능이 서비스에 들어가있으면 이용자들이 혼란스러워하기 때문에 최대한 심플하게 한 페이지에서 하나의 기능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이런 점이 모바일의 핵심인데요. 적절한 기능 및 효과 여부를 계속 따져가며 없앨 것은 과감히 없애고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의 목표 중 하나입니다.
―당근마켓은 팀별로 작은 스타트업 형태를 이루고 있다 들었는데, 이런 형태가 다른 기업과 의사결정 및 업무 방식 면에서 어떻게 다를까요.
목적조직으로 셋팅이 되어있는 당근마켓은 서비스를 성공시키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각 팀을 관련 시장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들로 구성하고, 팀에게 무엇을 하라고 지시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팀에게 오너십을 줍니다.
예컨대 구인구직 시장을 가장 깊게 탐구하고 있는 팀은 당근알바팀이라는 것을 회사에서 존중해주고, 언제 어떤 순서로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다는 팀의 실행 계획도 온전히 팀의 손에 맡기는 것이죠. 그렇다 보니 팀원들이 모두 동기부여가 돼 오너십을 갖고 기민하게 움직입니다.
스타트업은 가볍고 빠르게,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큰 공 한 개를 던지는 것보다 작은 공 백 개를 던져보는 것이 더 의미있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다양한 테스트를 해보고 있습니다. 가설을 잘게 쪼개서 빠르게 검증해보고, 생각과 다르면 새로운 가설을 또 빠르게 검증하는 작업을 반복하는 것이 당근마켓에서의 필요한 역량이자 성장 동력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서비스를 만드는 입장과 사용자의 입장은 다르다고 생각해 저를 포함해 저희 팀원들이 주기적으로 당근알바를 직접 체험하기도 하는데요. 예를 들면 ‘케이크 배달해주실 분’이라고 구인에 나서기도 하고, 단기알바를 해보며 느낀 것들을 서비스에 반영하기도 합니다.
저 같은 경우, 코엑스에서 열렸던 어떤 컨퍼런스에서 잡무를 하는 알바에 지원해본적이 있는데요. 점심시간에도 일을 시키더라고요. 애초에 점심제공여부에 대해 언급이 되어있지 않아 점심을 못 먹고 일을 해야하는 줄 알고 엄청 서러웠는데, 다행히 좀 뒤에 식권을 주면서 식사하러 다녀오라고 하더군요. 이를 통해 ‘알바생들에게는 주휴수당, 식사제공여부 등의 정보가 진짜 중요하겠구나’고 느꼈고, 이런 내용을 구인 글에 추가할 수 있게끔 반영했습니다.
―현재 당근알바의 성과는.
서비스를 운영한지 2년 가량 됐는데요. 구인 글의 수가 지난해 상반기 대비 올해 상반기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단기알바 공고를 올리면 1시간 이내에 연락을 받는 비율이 70%로, 사장님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고요. 구직자들의 후기도 긍정적인 반응입니다.
수익은 광고를 통해서 내고 있습니다. 아직은 서비스가 초기 단계라 성장에 집중하고 있고요. 계속 테스트를 하면서 또 다른 최적화된 비즈니스모델(BM)과 니즈 여부를 확인해나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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