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 금융사 담당자 PC 등 조사
국채 최대한 많이 배정받기 위해
메신저로 금리 사전논의 내용 확보
금감원, 증권사 불공정영업 질타
금융사들의 국고채 입찰 담합 의혹을 조사 중인 공정거래위원회가 국고채 전문딜러(PD)들이 입찰 전 금리를 메신저로 사전에 논의한 내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PD로 지정된 18개 금융사(증권 11개, 은행 7개) 담당자들의 PC와 휴대전화 내역을 조사하고 있다.
PD는 한국은행이 진행하는 국고채 경쟁입찰에 참여해 1차적으로 매입한 뒤 이를 기관이나 개인 투자자에게 다시 매각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은 국고채가 시장에 유통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가로 정책금융을 낮은 금리로 제공받거나, 정부로부터 공인된 기관임을 내세워 시장에서 신용도 등의 혜택을 얻는다. 정부는 채권운용 경험이나 재무건전성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 금융기관에만 PD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국고채 경쟁입찰은 채무자인 정부 입장에서 가장 낮은 금리를 제시하는 PD 순으로 낙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PD는 배정받은 국채를 자기자본으로 운용하거나, 기관이나 개인 투자자들에게 다시 매각한다.
그런데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비슷한 나이대의 딜러들이 입찰 전 금리 담합을 메신저로 논의한 내용이 포착됐다. 반기별 PD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자 국채를 최대한 많이 배정받기 위해 최대한 낮은 금리로 응찰하는 방안을 모색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고채 수익률이 떨어져 PD로부터 이를 매입하는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치게 된다.
금융권은 그동안 입찰 전 대화를 나누던 관행을 공정위가 정조준한 것에 대해 적지 않은 부담을 갖는 분위기다. 사소한 잘못이라도 적발되면 입찰 담합의 대표적 표본이 될 수 있어서다. A 국고채 딜러는 “일부 담당자들은 휴대전화를 끄고 연락이 안 될 정도로 공정위 조사가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다”며 “일부 딜러 간 담합 정황이 나와 조사 범위가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B 딜러는 “공정위에서 입찰 전 금리에 대한 대화나 문서 등 관련 사항을 모든 경로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며 “공정위가 모든 PD사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선 만큼 조용히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딜러들은 이번 공정위 조사를 계기로 국고채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C 딜러는 “앞으로 국고채 경쟁입찰에 PD사들이 소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공정위 조사 이후 딜러 간에 대화가 거의 끊긴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에서 불공정거래 논란은 다른 분야로도 확대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5일 국내외 27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불러 불건전 영업 관행을 강하게 질타했다. 애널리스트들이 자체 보고서 자료를 악용해 부당 이득을 취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애널리스트 A 씨는 ‘매수’ 의견의 기업분석 보고서를 내기 전 해당 주식을 매수해 5억 원 안팎의 시세 차익을 챙긴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송치됐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증권사들이 관행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시장 환경만 탓하고 있다”며 “리서치 보고서와 랩어카운트·신탁 영업 행태를 개선하는 것은 업계의 오랜 숙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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