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탈퇴했던 4대 그룹의 재가입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과 전경련의 통합 과정에서 나온 문제인데, 4대 그룹은 일단 신중한 입장이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한경연 임시총회 및 전경련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날 4대 그룹을 포함한 회원사들은 한경연 해산안에 대해 동의했다. 전경련은 한경연을 흡수 합병하고, 새 이름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으로 바꾸는 안건도 올렸다. 전경련과 한경연의 통합안은 내달 이후 열리는 총회에서 통과되면 최종 확정된다.
단 4대 그룹은 이날 한경연 회원에서 전경련 회원으로 승계할 지 여부는 동의하지 않았다. 4대 그룹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경련을 탈퇴했지만 한경연에는 계속 회원으로 남아있었다. 원칙적으로는 한경연이 전경련으로 흡수 통합되면 한경연 회원사도 전경련으로 자연스럽게 복귀하는 것이 맞지만 4대 그룹이 나서서 여기에 선을 그은 것이다.
삼성의 경우 한경연으로부터 해산 계획을 전달받은 뒤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5개사 CFO(최고재무책임자)들이 모여 3차례 회의 후 각사 CEO 보고를 거쳐 한경연 해산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회원 자동 승계 안건은 5개사의 이사회 및 삼성준법감시위원회 논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SK, LG, 현대차 등 다른 기업들 역시 삼성과 비슷한 입장이다. 한경연 해산에는 동의했지만 전경련 회원 승계에는 동의하지 않았고, 추후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4대 그룹 한 관계자는 “전경련 회원사로 돌아가기는 아직 이르다는 말이 그룹 내부 입장이다”며 “만약 재가입하게 된다면 이런 우회적 방식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4대 그룹은 지난 2017년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후 전경련을 탈퇴한 뒤 지금까지 거리를 둬 왔다. 하지만 최근 전경련 주도 행사에 4대 그룹 관계자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며 4대 그룹의 전경련 복귀 가능성이 주목받았다.
전경련은 올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과 일본 방문에서 경제 사절단 구성을 주도하기도 했다. 당시 경제사절단에는 삼성 이재용 회장과 SK 최태원 회장, 현대차 정의선 회장, LG 구광모 회장 등 국내 4대 그룹 총수가 모두 참석하기도 했다.
전경련 김병준 회장 권한대행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4대 그룹의 재가입 여부 질문에 대해 “아무 소통이 없는 건 아니다”며 “전경련 개혁 방향에 대해 4대 그룹이 기본적인 것을 파악하고 있고, 전경련의 개혁, 그 자체에 대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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