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율의 토지투자]‘사업시행자’ 확정 전 토지 투자는 자제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7일 03시 00분


사업 추진할 ‘시행자’가 있어야
각종 호재도 실현 가능해져
착공 이후 투자해도 늦지 않아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
토지 투자에 실패한 이들의 이야기는 대개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는 호재가 있어 매수했는데 알고 보니 개발이 불가능한 땅인 경우다. 예를 들어 지하철이 개통되면 땅값이 오를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산지관리법상 보전산지로 사실상 개인 개발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언뜻 보아 산처럼 보이지 않는데 공익용 산지로 분류돼 도로 등 공용·공공용 시설 설치 등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산지전용이 금지되는 경우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많지 않다. 오히려 호재가 실현되지 않아 이자 비용만 부담하고, 이후 매수세가 끊겨 매입가보다 더 싸게 내놔도 팔리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수도권에서 최근 15년 내 무산되거나 지연된 사업만 해도 △파주 페라리월드 △구리 월드디자인시티 △고양 명품 신도시 △당진·화성 일대 황해경제자유구역 등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사업시행자가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2011년 파주시는 미군 반환 공여지에 페라리월드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2016년까지 파주지역 70만 ㎡ 땅에 8000억 원을 투자해 테마파크와 숙박시설 등을 짓고 이후 2조 원을 투입해 300만 ㎡ 규모 정보기술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이후 미국의 한 부동산 전문개발회사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기업 유치에 나서는 듯 보였지만 투자 조건이 담긴 계약서와 같은 실체는 없었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2017년 파주시가 해당 땅의 개발행위 제한을 해제하며 종료됐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성급하게 초기에 진입해 투자를 망칠까? 바로 남들이 모를 때 사야 한다는 착각 때문이다. 뉴스 발표 이후 대중에게 알려지면 호재가 가격에 선반영되어 땅값이 조금 오르기 마련이니 남들이 모를 때 매수해야 한다는 심리가 발동하는 것이다.

이런 실패를 피하기 위해서는 토지 투자의 개념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 토지 투자는 특정한 땅에 호재가 발표되고 3∼5년 지났을 때 가격을 추정하는 게임이다. 이를 위해서는 발표된 사업을 끌고 갈 주인인 사업시행자가 필수적이다. 국가나 지자체의 ‘언제까지 개발하겠다’는 발표는 믿을 수 없다.

2011년 부천시에서 발표한 ‘부천종합운동장역 일원 역세권 개발사업’을 살펴보자. 종합운동장역 일대 49만여 ㎡에 1553채를 공급하는 이 사업은 발표 이후 6년이 지난 2017년 4월 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시행자로 선정되고 같은해 12월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며 개발이 시작됐다. 수서역세권 개발사업도 비슷하다. 2011년 서울시는 2014년까지 수서역세권 개발사업을 끝내겠다고 발표했지만 행정청인 강남구와 사업시행자인 LH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협약을 맺은 시점은 2015년이었다. 이후 국토부가 해당 토지를 개발구역으로 지정했고 2018년에야 토지 보상이 이뤄졌다.

현재 공사 중인 김포한강시네폴리스는 2008년부터 추진된 사업이다. 발표 당시 김포시 걸포동 일대 약 270만 ㎡에 영화·방송·뮤지컬 등 문화콘텐츠 제작단지 등을 조성하려 했다. 하지만 사업시행자인 협성건설 컨소시엄은 2019년에야 선정됐다.

개발사업이 준공되려면 착공 이후 4년 이상을 바라봐야 한다. 따라서 개발 효과로 인근 지가 상승을 바라는 경우라면 투자 시기를 사업시행자 선정이 아니라 착공 이후로 잡아도 늦지 않다. 특히 개발지역 주변 농지를 대상으로 농지법상 규제가 완화되는 시기는 개발에 따른 입주 개시 시점 전후인 만큼 개발 발표만 듣고 무리해서 토지를 매입할 필요가 없다.

#사업시행자#토지 투자 자제#착공 이후 투자해도 늦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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