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시공 감리 총체적 부실 드러나
주민 “우린 중견사가 시공 더 걱정”
현장선 “인력부족 등 터질게 터져”
대통령실 “사태 엄중… 책임 따질것”
“대기업인 GS건설이 이 정도인데, 중견사가 짓는 우리 아파트는 어떨지…. 걱정돼서 건설사에 전화했지만 ‘문제없을 것’이라는 말을 들어도 불안하기만 합니다.”(수도권 아파트 입주예정자)
올해 4월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신축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가 설계부터 시공, 감리 등 전 단계의 총체적 부실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아파트 시공 품질에 대한 소비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에 이어 도급 순위 5위권 내 GS건설에서 문제가 드러나자 건설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대통령실까지 “국민 안전과 직결된 중대한 문제”라고 언급하고 나섰다.
6일 현장 공인중개업소와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입주자와 입주 예정자들이 불안을 호소하는 전화나 글들이 이어졌다. 연말 입주 예정인 수도권 대규모(4000채) 단지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건설사 2곳이 연합해 시공했는데 자신의 입주 동을 어느 건설사가 지었는지 묻는 입주자도 있었다”고 전했다.
건설사 주가도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GS건설은 전일(1만8030원) 대비 19.47% 떨어진 1만4520원에 마감했다. DL이앤씨(―4.35% ) HDC현대산업개발(―4.28%) 현대건설(―3.80%) 삼성물산(―1.06%) 등의 주가도 모두 떨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엄중한 시선에서 바라보고 있다”며 “국토교통부가 사태 원인과 책임을 면밀히 따져볼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국토부 등 관계부처로부터 이번 사태의 진행 상황을 보고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번 사고에서 드러난 문제가 비단 일부 건설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우선 가장 먼저 건설 인력 고령화와 내국인 근로자 인력 부족 문제를 꼽는다. 부산·울산·경남에서 골조 공사를 진행하는 철근콘크리트 업체 임원 김모 씨는 “지난해 현장에 사람이 20%씩 부족해 인력난에 허덕였다”며 “기술자들이 대부분 50대 이상이고 30, 40대는 씨가 말랐다”고 전했다.
특히 숙련 인력이 부족하다. 건물에 벽, 기둥, 바닥(슬래브) 등이 시공됐을 때 무게를 제대로 버틸 수 있는지 계산하는 건축구조기술사는 지난해 기준 1204명에 그친다. 정광량 한국기술사회 부회장은 “건축사가 그린 도면을 구조기술사가 검토해야 하지만 인력이 부족하고, 검증 기간도 촉박해 현장에선 사원, 대리가 도면에 도장만 찍어주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시공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감시하는 감리 역량도 낮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견 건설사 전 안전 담당 임원은 “대형 건설사 현장은 감리들이 오히려 ‘큰 회사인데 별일 있겠어’라며 넘어가기도 한다”며 “현장에 투입되는 감리도 이미 퇴직한 고령자들이 많다”고 했다.
최근 원자재값 인상 등으로 시멘트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도 부실을 키우는 요인이다. 감리업체 한 관계자는 “레미콘 차량이 현장에 오면 바로 검사하는데, 문제가 있어도 공사 기간이 촉박해 그냥 타설할 때도 있다”고 귀띔했다.
안전관리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0∼2022년 진행된 국토부 ‘계절별 특별안전점검(동절기·해빙기)’에서 시공 순위 상위 20대 건설사에서 297건의 안전문제가 적발됐다. 특히 GS건설은 현지시정 54차례 등 총 55차례 공사현장 안전 문제를 지적받았다. 콘크리트 및 철근 시공관리 미흡, 콘크리트 압축강도 시험 미흡 등 문제도 포함됐다.
사고 단지 입주 예정자들은 합당한 피해 보상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정혜민 입주예정자협의회 회장은 “안전은 전면 재시공으로 어느 정도 해결됐지만, 입주 지연에 대해선 다양한 현실적 문제가 남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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