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 증권계 장악하던 애널리스트, 어떻게 변했나
반복되는 애널리스트의 부정거래
내부통제와 단속에도 사건 반복
차명계좌 사용하면 범죄 알 수 없어
“일부긴 하지만 최근 몇몇 애널리스트가 선행매매 등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일이 반복되면서 저희 직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죠.” 대형 증권사에서 15년 가까이 애널리스트 일을 해온 A 씨는 “여러 회사에서 애널리스트들의 국내 주식 거래 자체를 금지하는 등 강한 규제를 하고 있음에도 비슷한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애널리스트의 위상이 가뜩이나 예전 같지 않은 가운데, 애널리스트들이 본인의 증권사 리포트를 이용해 부당 이득을 취하는 사건까지 이어지면서 신뢰도 추락까지 발생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애널리스트들의 부정거래 사건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도 DB금융투자의 유명 애널리스트 B 씨가 불법 선행매매로 부당 이득을 챙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바 있다. B 씨는 증권사 보고서를 내기 전 ‘매수 의견’을 제시한 종목을 차명 증권계좌로 미리 사들인 뒤 보고서 공개 후 주가가 오르면 팔아치우는 식으로 5억2000여만 원의 차익을 챙겼다. 그가 사들인 종목은 총 22개에 달했다.
애널리스트들의 부정 거래 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B 씨의 부정 거래를 포착한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2020년에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와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 동일한 수법으로 선행매매 한 것을 적발한 바 있다. 이들은 2021년에 각각 징역 3년과 1년 6개월을 확정받았다.
애널리스트들의 잇따른 부정 거래에 금융업계도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금융투자협회(금투협)가 정한 ‘표준내부통제기준’을 근거로 임직원의 주식 거래를 엄격히 관리하는 내부 통제를 시행하고 있다. 금투협의 표준내부통제기준은 증권사 임직원들의 거래 빈도와 금액 등을 제한해 투자로 인해 과도한 이익을 얻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금투협이 고시한 기준을 바탕으로 내부 규정을 마련하고 임직원 단속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협회와 업계가 자체적으로 엄격한 내부 통제를 하고 있음에도 증권사 임직원의 모든 거래 내역을 일일이 파악하는 게 어렵다 보니 부정 거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다행히 B 씨의 경우는 금감원에 이상 자금 흐름이 포착됐지만 차명계좌를 통한 선행매매 부정 거래를 잡아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전문가들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은 “애널리스트들의 부정 거래에 대해 형사처벌 수준과 과징금의 정도를 지금보다 훨씬 높인 뒤 일벌백계해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며 “특히 차명계좌로 부정 거래를 했을 때 가중 처벌을 하고, 부정 거래 제보자에 대한 포상금 제도 등도 더 적극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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