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째 5000만원… 中보다 낮아
새마을금고 사태에 ‘현실화’ 목소리… 상향땐 소비자 부담 늘어날수도
정부 “뱅크런 진정… 오늘이 관건”
野, 새마을금고 감독 주체 변경 추진
새마을금고 일부 지점의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조짐을 계기로 예금자 불안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예금자보호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3년째 5000만 원에 머물러 중국(약 9036만 원)보다 낮은 한도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칫 뱅크런 확산 시 금융권의 피해를 키울 수 있는 데다 예금보험료율이 올라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 대책이 발표된 후 새마을금고의 예금 인출이 둔화세로 접어든 가운데 정부는 “새마을금고가 주말 후 영업을 시작하는 10일 상황이 관건”이라며 긴장의 고삐를 죄고 있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 등은 지난해 8월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시중은행 등의 예금자보호 한도를 기존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한도가 높아질 경우 인상될 수 있는 예금보험료율 등을 감안해 다음 달 최종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TF 논의 대상에 새마을금고의 보호 한도는 포함돼 있지 않다”면서도 “시중은행의 보호 한도를 올리면 소비자들의 예·적금 이동을 가져올 수 있어 새마을금고 한도도 함께 올려야 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예보 등에 따르면 2001년 만들어진 한국의 보호 한도는 주요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미국은 약 3억2625만 원(25만 달러)에 이르고, 유럽연합(EU)과 영국도 모두 1억4000만 원을 넘는다. 지난해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의 39.5% 수준인 중국도 보호 한도가 9000만 원을 웃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젊은층은 은행이 위기에 처하면 인터넷뱅킹으로 돈을 쉽게 이체할 수 있어 은행이 파산하면 인터넷뱅킹에 미숙한 노년층이 손실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한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도를 1억 원으로 높일 경우 실제 은행 파산 시 금융권 전반에 미치는 피해 규모가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도 상향에 따라 예금보험료율이 올라가면 대출금리는 높아지고, 예·적금 금리는 낮아지는 등 소비자 부담이 늘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금융사의 부보 예금(예금보험제도 적용을 받는 예금)이 98.1%에 달해 한도를 높여도 실제 수혜를 받는 소비자가 적은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정치권에선 새마을금고의 감독 주체를 기존 행정안전부에서 금융당국으로 바꾸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이르면 이달 중 관련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각종 대책 발표 이후 7일 새마을금고 예금 인출 규모는 전날 대비 1조 원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하루에만 중도 해지자의 재예치 건수는 3000건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각 지점에서 예금 인출 고객을 강력히 만류하고, 예·적금을 해약한 소비자가 재예치를 할 경우 원금과 이자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보장해 주겠다는 정부 대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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