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기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광주에 거주하는 한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차주가 차량이 침수돼 폐차를 하게 됐다는 글라왔다. 차량에 ‘시스템 점검 필요 문구’가 떠서 서비스센터와 일반공업사 양쪽을 갔더니 모두 수리보다는 폐차를 권유했다는 것이다. 해당 차량은 바퀴 3분의 2부근 까지 물에 잠겼고, 차 실내에도 물이 유입된 상태였다. 글 게시자는 “결국 페차하기로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장마가 길어지면서 전기차 이용자 사이에 침수 피해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전기차를 모는 도중 침수되면 감전의 위험은 없는지, 차량 하단부에 있는 배터리에 물이 유입되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걱정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전기차가 내연기관에 대비 침수에 취약하다고 보기 어렵지만 전기차 특성상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를 표하는 부분은 배터리 부분에 물이 유입되는 상황이다. 정상적인 전기차 배터리는 침수를 막는 이중삼중의 보호장치가 기본적으로 돼 있다. 하지만 운행중 차량 하단부에 충격이 가해져 배터리 커버가 손상된 경우에는 미세한 틈을 타고 빗물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내연기관차는 보통 바퀴의 3분의 2이상 물이 찬 곳을 지나면 위험하다고 보지만 전기차는 바퀴의 절반 이상만 물이 차도 위험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300~500㎏ 더 무겁기 때문에 전용 타이어를 쓴다고 해도 (차체가) 더 가라앉는다”며 “(주의해야 하는) 물의 높이를 내연기관 차와 똑같이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 공급된 전기차들은 신형이 많은데 이것이 노후화될수록 향후 문제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가 침수돼 시동이 꺼지면 곧바로 빠르게 차량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좋다. 전기차 주요 설비에 설치돼 있던 수분감지센터에 물이 스며들어 자동으로 전원이 차단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전원이 차단됐기 때문에 감전의 위험은 없다고는 하지만 이것또한 완벽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단 차 밖으로 피하는 것을 권하는 것이다.
전기차의 문 손잡이는 전기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침수로 전기가 차단되면 문을 여닫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전기차는 비상 상황에 의해 전원이 차단될 경우 손잡이를 기계식으로 여닫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며 “차량 시동이 꺼져 있어도 손잡이를 여닫아 차량에서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단 침수된 차량은 외관상 물기가 말라 있더라도 정비소에서 한 번 점검을 받은 뒤 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라고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해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침수가 발생한 뒤에 체크 없이 시동을 켜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며 “견인차를 이용해 서비스센터로 이동한 뒤 점검과 수리를 받아보고서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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