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 특화단지 7곳 선정]
용인·평택 구미에 반도체 특화단지
청주 포항 새만금 울산엔 배터리
정부 “인허가 규제 풀고 세제 지원”… 안성 등 소부장 단지 5곳 추가 지정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특화단지가 경기 용인·평택시를 비롯해 전북 새만금 등 7곳에 만들어진다. 이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첨단 특화단지)에 2042년까지 투입되는 민간 투자자금은 총 614조 원에 달한다.
정부는 20일 제3차 첨단전략산업위원회를 열고 첨단 특화단지가 새로 조성될 지방자치단체 7곳을 선정했다. 앞서 올 2월 진행한 공모에 지자체 21곳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이 3 대 1에 달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특화단지 조성은 초격차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분야에선 용인·평택시와 경북 구미시가 특화단지로 지정됐다. 이차전지의 경우 충북 청주시, 경북 포항시, 새만금, 울산시가 유치에 성공했고, 디스플레이 특화단지는 충남 천안·아산시에 들어선다. 첨단 특화단지별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이 앵커기업(선도기업) 역할을 하며 2042년까지 총 614조 원을 투자한다. 이날 정부는 안성(반도체) 부산(반도체) 광주(미래차) 대구(미래차) 충북(바이오) 등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특화단지 5곳도 추가로 지정했다.
첨단 특화단지로 지정된 곳에는 세제, 예산, 행정 등에서 다양한 지원이 이뤄진다. 각종 인허가를 신속 처리하고 규제를 풀어 기업들의 투자 걸림돌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7∼12월) 특화단지별로 맞춤형 세부 육성 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
첨단 특화단지 유치에 열을 올렸던 지자체들 사이에선 희비가 엇갈렸다. 첨단 특화단지와 소부장 특화단지를 동시에 지정받은 전북도는 “매출 196조 원, 고용 14만5000명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반면 반도체 분야 첨단 특화단지 지정을 노렸던 인천시 관계자는 “마치 대학 시험에 떨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특화단지 선정이 내년 총선을 앞둔 ‘지역 민심 달래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첨단 특화단지를 신청하지 않은 강원특별자치도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도에 특화단지가 조성된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공학과 초빙교수는 “지자체 간 ‘나눠먹기식’이 아니라 실제로 기업이 들어갈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해 줘야 한다”고 했다.
첨단산단 인허가 단축-예타 면제… “3대 주력산업 공급망 확충”
용인-평택 세계 최대 반도체 단지로 새만금 등 4곳엔 이차전지 밸류체인 부담금 감면하고 용적률 규제 완화 전문가 “인력 지원-인프라 구축 필요”
정부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첨단 특화단지) 7곳을 지정하고 나선 데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초격차를 확보하지 않고는 한순간에 경쟁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기 용인시와 평택시를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 거점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이미 가동 중인 경기 이천시와 화성시의 반도체 생산단지와 연계해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를 확고히 하고, 대만 TSMC가 주도하는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세계 시장 점유율을 현재 3%에서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주력 수출품인 이차전지도 광물 가공부터 제품 생산, 재활용 등이 모두 국내에서 이뤄지는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완성한다.
●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 이차전지 공급망 완성
정부가 20일 첨단 특화단지 가운데 한 곳으로 선정한 용인·평택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는 곳이다. 특히 용인은 세계 최대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가 만들어지는 곳으로, 300조 원의 민간 투자가 예정돼 있다. 정부는 용인·평택 특화단지를 통해 562조 원의 투자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또 다른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된 경북 구미시에는 반도체 기초재료인 실리콘 웨이퍼를 만드는 SK실트론, 반도체 기판을 생산하는 LG이노텍이 있다. 총 4조7000억 원의 민간 투자를 유치해 대규모 생산 라인을 확보함으로써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차전지 특화단지는 밸류체인을 고려해 전국 4곳에 지정했다. LG화학, SK온 등이 있는 전북 새만금에는 양극재 원가의 70%를 차지하는 전구체 가공과 리사이클링(재활용)을 위한 집적단지를 새로 만든다. 포스코퓨처엠이 있는 경북 포항은 이차전지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양극재 생산 거점으로 육성한다. 배터리 셀은 LG에너지솔루션 공장이 있는 충북 청주시를 기반으로 한다. 이곳에는 대형 원통형 배터리 업계 최초로 연 9GWh(기가와트시) 규모의 공장이 내년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이차전지 특화단지에선 2030년까지 30조1000억 원의 민간 투자를 유치한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1∼6월)에는 바이오 분야 특화단지도 추가로 지정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올해 5월 바이오 산업이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신규 지정된 만큼 올 하반기(7∼12월)에 특화단지를 공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인프라 구축, 인력 지원 필수”
이번에 선정된 특화단지에는 국가적인 지원책이 뒤따른다. 특히 기업이 인허가를 요청했을 때 정부가 60일 안에 이를 처리하지 않으면 승인한 것으로 보는 인허가 타임아웃제가 적용된다. 용수, 폐수처리시설 등 기반시설 구축 비용도 우선 지원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예비타당성 조사도 면제해준다. 각종 부담금을 감면하고 용적률 규제도 완화한다.
전문가들은 첨단 특화단지 지정에 그치지 않고 주거 여건 및 상권 등 인프라 구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특화단지 조성이 실제 효과를 내기 위해선 우수한 인재를 모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근로자들의 특성에 맞게 교육, 의료 등의 여러 인프라도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소기업들은 우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임금을 올려줄 수 있는 상황이 안 되는 만큼 연구개발(R&D) 부문에서는 대기업의 인력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주요 산업계는 환영 입장을 밝혔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반도체산업을 비롯한 첨단산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화단지 내 적극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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