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 변화 유도하는 넛지-슬러지
노력 개입형이 가장 효과적
교육 분야선 외적 동기 자극해야
지난 수십 년간 특정 선택을 부드럽게 유도하는 개입 방법인 ‘넛지(Nudge)’가 큰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넛지의 사촌 격 개념인 ‘슬러지(Sludge)’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넛지가 의사결정 과정 중 발생하는 마찰을 줄여 행동을 촉진한다면 슬러지는 마찰을 늘려 행동을 억제한다. 넛지에 마이너스(―)를 붙인 셈이다. 예컨대 세금 보고 양식을 복잡하게 만들면 세금 신고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부정적인 슬러지가 유발된 것이다. 넛지나 슬러지처럼 사람들의 행동을 유도하기 위한 개입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토론토대 공동연구진은 6가지 정보처리 과정을 기반으로 행동을 촉진하거나 방해하는 개입을 분류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제안했다. 어떤 개입이 가장 효과적인지 파악하기 위해 각 정보처리 과정을 대상으로 개입의 효과를 조사하기도 했다. 6가지 정보처리 과정은 주의, 지각, 기억, 노력, 내적 동기, 외적 동기다. 주의 개입은 자극 기능을 사용해 대상을 얼마나 명확히 인지하게 만들지 조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피싱(phishing) 웹사이트를 열기 전 보안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빨간색 경고 표시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각 개입은 정보를 표현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담배 포장지에 흡연의 부작용을 표시해 이를 억제하게 하는 프레이밍 효과가 좋은 예다. 기억 개입은 뇌에 저장된 단서를 떠올리도록 해서 행동에 영향을 주는 개입이다. ‘담배를 피우는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보시오’라는 표어는 흡연의 유해함을 떠올리게 만들어 금연을 유도한다. 노력 개입은 선택의 용이성을 높이는 행위다. 은퇴 후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퇴직 저축에 자동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내적 동기 개입은 내적인 이해관계 요인을 자극하는 것으로 명확한 목표 설정 등이 해당하며 외적 동기 개입은 보상이나 처벌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교육, 환경, 재무, 의료, 정부 정책 등에 걸쳐 넛지와 슬러지 관련 논문 중 현장 실험을 분석 도구로 쓴 188개의 논문을 골라 6가지 정보처리 과정의 효과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노력 개입이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주의 개입, 기억 개입, 지각 개입, 외적 동기 개입, 내적 동기 개입이 뒤를 이었다. 넛지가 슬러지보다 조금 더 효과적이었지만 실질적 영향력엔 차이가 없었다. 정부 정책 관련 개입의 효과가 가장 컸으며 뒤를 이어 환경, 의료, 재무, 교육 순이었다. 환경 및 재무 분야에서는 노력 개입 효과, 교육 및 정책 분야에서는 외적 동기 개입 효과, 의료 분야에서는 주의 개입 효과가 가장 컸다.
이처럼 인지적 정보처리 과정을 기반으로 적절한 개입을 설정하면 특정 행동의 장벽을 제거하거나 동기를 강화할 수 있다. 사람들이 원하는 행동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개입뿐만 아니라 복지를 저해하는 잠재적 유해 상황을 식별하는 등 최적의 개입을 설계할 수 있다. 정책 효과를 높이는 방법으로 효과적인 넛지와 슬러지 활용을 염두에 둘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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