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통3사 담합 조사에 이어
치킨 프랜차이즈 불공정 조사 나서
담합조사 명목 사실상 값 인하 압박
전문가 “효과 없고 시장왜곡 우려”
금융권과 이동통신 3사에 대해 담합 조사에 나선 공정거래위원회가 치킨, 라면 등 식품 업계까지 들여다보며 전방위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큰 폭의 물가 상승률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물가 잡기에 필사적인 가운데 공정위마저 ‘물가 관리 기구’로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 “조사 가능성 언급만으로 불편”
24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외식업 등 21개 업종의 가맹본부 200곳과 가맹사업자 1만2000곳을 대상으로 ‘갑질’과 같은 불공정행위가 있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조사 대상 가맹본부의 12%는 치킨 프랜차이즈다. 공정위 관계자는 “치킨 업종은 가맹본부가 필수품목을 공급한 뒤 얻는 마진이 가장 큰 업종”이라며 “불공정 행위가 만연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필수품목은 가맹점이 본부에서 꼭 사야 하는 원·부재료로 가맹본부는 이를 통해 이윤을 얻는다.
공정위가 정기적으로 진행해 왔던 조사지만 시장에서는 다른 반응이 나왔다. 한 치킨 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정부가 돌아가며 특정 업계를 불러모아 물가를 내리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지난해까지만 해도 없던 일”이라며 “이번 조사도 매년 하는 것이라지만 치킨 업계를 콕 집은 이상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닭고기 값이 뛰면서 치킨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공정위 조사가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카드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달 닭고기 도매가격은 kg당 3954원으로 1년 전보다 13.7% 올랐다.
공정위는 라면을 비롯해 생활과 밀접한 주요 식품 가격에 대해서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한덕수 국무총리는 “밀 가격은 내렸는데 제품 값이 높은 것에 대해 공정위가 담합 가능성을 들여다봐야 한다”라고 했다. 라면 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실제로 현장에 나와 라면값 담합에 대해 조사한 적은 없다. 하지만 공정위 조사 가능성이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업계로서는 불편한 상황”이라고 했다.
물가 관리에서 공정위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공정위 스스로도 이를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자사 가습기에 대해 온라인 지정가를 강요한 양일상사를 제재하며 “공정위 조사로 가습기 최저가가 약 4000원 내려갔다”고 이례적으로 밝혔다.
● “공정위 행보, 기업에 잘못된 신호”
공정위는 이명박 정부 때도 ‘물가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선 바 있다. 당시 정부가 “물가를 내리라”며 특정 업권을 지목하면 공정위는 뒤따라 위법 여부를 점검하며 물가 관리에 집중했다. 김동수 당시 공정위원장은 ‘물가와의 전쟁’에 나서면서 담합 조사를 명목으로 생필품업계를 대거 현장 조사하기도 했다.
다만 공정위 내부적으로도 정부가 가격 인상을 억제하며 ‘공정위 조사 카드’를 언급하는 데 대한 불편함도 감지된다. 담합에 대해서는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그 같은 정황을 포착하지 않는 이상 물가에 개입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최근 행보와 관련해 “시장 개입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담합, 카르텔이 있다면 당연히 공정위가 개입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물가를 낮추겠다며 기업을 압박하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공정위 행보도 기업에 잘못된 신호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