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입 급증한 외국산 멸균우유, 95% 이상 B2B 시장에서 유통
우유자조금 “소비자 건강과 알 권리 위해 정확한 검증 필요”
점심 식사 후 동료들과 아이스라테 한 잔 마시는 것이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라는 직장인 김 모(40) 씨. 그는 얼마 전 음료를 주문하고 기다리던 중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라테를 만들 때 당연히 국내산 우유를 넣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단골 카페에서 수입산 멸균우유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 그는 “맛과 건강에 대한 믿음 때문에 되도록 국내산 우유를 찾아 마시는 편인데, 카페에서 사 먹는 라테에 수입산 멸균우유가 들어갔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며 놀라워했다.
관세청의 수출입무역통계 자료에 따르면 멸균유 수입은 2019년 1만484t(톤)에서 2022년 3만3058t으로 3배 넘게 증가했다. 현재 국내에는 폴란드, 독일, 이탈리아, 영국, 호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7개국에서 수입된 28종의 멸균우유가 시판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이하 우유자조금) 측은 “멸균우유 수입량이 급증한 것은 맞지만 대다수 소비자가 수입산 멸균우유를 선호하는 것처럼 비치는 건 잘못”이라고 밝혔다. 수입산 멸균우유의 95% 이상이 B2B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유자조금이 실시한 수입 유제품의 소비 확산에 따른 전략적 대응방안 모색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지난해 국산 냉장 우유의 음용 비중은 약 61%이며 수입산 멸균우유는 약 7%에 그쳤다. 수입산 멸균우유는 요리를 할 때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응답자 상당수가 국산 냉장우유가 맛, 원유의 질, 신선함 등 품질 전반에 대해 수입산 멸균우유보다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사실 우유를 마시는 가장 큰 이유가 영양 균형 등 건강을 위해서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우유를 선택할 때 안전성, 신선도 등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국내 신선우유는 착유 후 적정 온도로 냉각해 2~3일 내 유통하며, 유통기한은 11~14일 정도다. 국내산 멸균우유의 유통기한도 12주로 짧은 편이다. 반면 수입산 멸균우유는 국내로 유입되는 과정만 한 달 이상이 소요되며, 유통기한도 최대 1년으로 길다. 국내산 멸균우유 유통기한 역시 수입산 멸균우유와 동일하게 1년으로 조정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멸균우유는 12주가 지나면 ‘크림화 현상’이 발생, 유지방이 분산됨에 따라 소비자들이 품질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우유자조금 측은 “미생물이 증식하는 것은 아니나 품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기에 관능 품질을 높일 목적으로 유통기한을 12주 내외로 짧게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산 신선우유, 월드 클래스급 품질 갖춰
국내산 우유는 신선함과 더불어 높은 품질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원유의 품질은 체세포수와 세균수로 결정된다. 2가지 모두 수치가 적을수록 고품질이라고 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에 따르면 국내 원유의 1A 등급 기준은 1ml당 체세포수 20만 개 미만, 세균수 3만 개 미만이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낙농 선진국으로 알려진 덴마크와 동일한 수준이다. 독일(체세포수 40만 개/ml 이하·세균수 10만 개/ml 이하)과 네덜란드(체세포수 40만 개/ml 이하·세균수 10만 개/ml 이하)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우유자조금 측은 “수입산 멸균우유는 가격경쟁력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 국산 멸균우유와 비교해본 결과 가격 면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며 “국내시장에 수입산 멸균우유가 우후죽순으로 등장하는 만큼 소비자의 안전한 소비와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정확한 검증이 절실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001년 약 64kg에서 2021년 86kg으로 증가했지만, 자급률은 2001년 77.3%에서 2021년 45.7%로 감소했다. 이는 수입 유제품이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면서 국내 낙농산업이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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