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굿즈로 ‘스몰 플렉스’ 표현
의류 식품 완구업체 모두 ‘굿즈’ 열풍
한정판 굿즈에 웃돈 붙여 재판매
캐릭터 팝업스토어에 새벽 ‘오픈런’… 소비자 유입에 ‘팝업스토어’ 봇물
“작은 아이템만으로도 나의 ‘룩’(옷차림)에 브랜드의 정체성을 녹여 낼 수 있잖아요. 그게 굿즈의 매력이죠.”
24일 대학생 김진희 씨(23)는 화장품 브랜드 에스쁘아에서 한정판으로 내놓은 까만 인형 키링을 구매했다. 키링을 통해 자신이 애용하는 브랜드를 향한 애정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김 씨와 같은 이른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특정 브랜드의 ‘굿즈’(기획상품)는 메인 상품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 1만 원짜리 저렴한 ‘굿즈’로 개성 표현
최근 MZ세대의 소비 문화 중 하나는 비싼 메인 상품을 구매하는 대신 비교적 저렴한 굿즈만으로 개성을 드러내는 특징이 있다. 국내 패션 브랜드 ‘아더에러’의 티셔츠는 한 장의 가격이 15만∼25만 원인 반면 휴대전화 케이스는 9만 원, 스티커 세트는 8000원 정도다. 그렇기에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대학생들은 휴대전화 케이스와 스티커를 활용해 자신을 꾸미곤 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매장에 나가 보면 옷은 고르지 않고 굿즈만 사가는 고객도 상당하다”며 “굿즈는 자신이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음을 은연중에 내비치는 도구로 제격이다”라고 말했다.
굿즈 소비 문화를 겨냥한 마케팅은 여러 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 패션 브랜드 ‘마뗑킴’은 올해 2월 인기 유튜버 ‘다나카’(개그맨 김경욱)와 협업해 키링 등 굿즈를 판매했다. 패션 이외 다양한 업체에서도 굿즈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베이글 전문점 ‘런던베이글’은 머그컵과 엽서 등을 판매했고, 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매장 방문 인증 아이템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도넛 전문점으로 시작했던 ‘톰스벌스데이’는 굿즈로 내놓은 모자가 큰 인기를 얻자 후드티 등을 판매하는 패션 브랜드로 탈바꿈하기도 했다.
유명 연예인이 착용한 ‘한정판 굿즈’는 당근마켓 등 온라인 중고장터에서 웃돈이 붙어 ‘리셀’(재판매)되기도 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샤넬 가방 대신 4만 원대 샤넬 립스틱으로 ‘스몰 플렉스’하는 소비 문화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과거엔 글로벌 명품 브랜드에 대해서만 팬덤이 있었다면 이젠 국내 브랜드와 신규 중소 브랜드까지 확장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캐릭터 굿즈 사러 ‘오픈런’도
인기 웹툰 등 캐릭터 굿즈도 젊은층을 사로잡고 있다. 캐릭터 굿즈를 파는 오프라인 임시매장(팝업스토어)에는 평일 새벽임에도 ‘오픈런’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2주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운영된 ‘냐한남자’와 ‘마루는 강쥐’ 팝업스토어에는 하루 최대 5700여 명, 누적 5만5700여 명이 방문했다. 오픈 초기에는 오전 4시부터 긴 줄이 생기는 등 한동안 백화점 명품관 앞을 방불케 했다.
백화점 업계도 팝업스토어를 통한 고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더 현대 서울에 올해 1월 인기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에 이어 5월 웹툰 ‘데못죽(데뷔를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레고 BTS Dynamite 등 다양한 캐릭터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팝업스토어를 통해 연간 200만 명 이상의 추가 고객 유입 효과를 내고 있다”며 “MZ세대 고객들의 수요와 맞는 콘텐츠들을 업종 불문하고 다양하게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현대 서울은 26일부터 100만 구독자 유튜버 ‘빵빵이의 일상’ 팝업스토어를 운영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경기 의왕시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에서 28일부터 8월 20일까지 인기 캐릭터 ‘펭수’의 팝업스토어를 연다. 9m 높이의 초대형 펭수 등 인형이 설치되며, 11일에는 펭수가 직접 참여하는 사인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롯데몰 수원점에서는 28일부터 8월 15일까지 핀란드 대표 캐릭터 ‘무민’의 팝업 행사 ‘무민 썸머 스토리’를 진행한다. 무민 탄생 78주년을 맞이해 준비한 행사로 포토존과 함께 인형과 키링, 포스터 등 100종류 이상의 굿즈가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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