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말 기준 금융감독원이 밝힌 국내 가상자산 보유 상장사는 37개다. 그중 최소 15개가 ‘카카오표’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의 노드이거나 노드로 3년간 활동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까지 클레이 보유 수량(환산액)과 이를 통해 발생한 매출을 공개한 상장사는 위메이드와 LX인터내셔널뿐이었다.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주석공시의 모범사례를 공개하고, 공시를 의무화하면서 이 같은 ‘깜깜이 노드 운영’이 사라질 전망이다.
나아가 가상자산을 보유한 기업이 보유한 코인을 어떻게 분류하고 공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이 세워지면서 기업이 투명하게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4일 가상자산 공시 관련 기준서 공개초안과 회계감독 지침안을 반영한 ‘가상자산 주석공시 모범사례안’을 발표했다. 이후 설명회·간담회를 거쳐 10~11월께 감독지침 등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노드 운영 행위를 ‘플랫폼 운영(채굴 등)’으로 보고, 플랫폼 운영을 통해 가상자산 몇개를 수령했는지 표기하라고 제시했다. 토큰을 수령한 기업은 취득과 관련된 원가를 취득가액으로 인식해야 한다.
또 노드 운영에 따른 가상자산 보상을 ‘용역 제공 대가’로 보고, 대가로 가상자산을 배분받아 제3자에게 매각할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다면 ‘재고자산’으로 분류한다. 재고자산으로 계상한 가상자산은 취득원가와 순실현 가능가치 중 낮은 금액으로 측정한다.
이처럼 노드 운영에 관한 주석공시 기준이 명확해짐에 따라 그간 가상자산 업계의 문제로 지적됐던 ‘깜깜이 노드 운영’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이 주석공시 의무화 기준과 함께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상장사가 보유한 제3자 발행 가상자산의 시장 가치는 2010억원에 달한다. 그중 재무제표에 인식한 금액은 1392억원이다.
자체 발행 가상자산이 아닌 다른 기업이 발행한 가상자산을 보유하는 경우로, 이 중 상당 금액이 노드 운영을 통해 취득한 가상자산이다. 이는 클레이(KLAY)를 보유한 기업이 많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클레이튼이 ‘노드 그룹’을 뜻하는 ‘거버넌스카운슬(GC)’ 구성원들을 주로 상장사로 채웠기 때문에, 노드 운영을 통해 클레이를 취득한 상장사들이 많았던 것이다.
국내 상장사들이 보유한 클레이의 시장 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 556억원이지만, 그중 장부에 인식된 금액은 189억원이다. 이번 주석공시 의무화로 향후에는 장부 인식 금액이 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자산을 보유한 상장사 중 한 곳의 관계자는 “그동안 노드 운영을 통해 얻은 가상자산이 통상적 영업과정에서 판매 목적으로 얻은 것인지 명확하지 않았다. 또 어떻게 금액을 인식해야 할지도 부정확했다”며 이 같은 상황이 크게 변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감원의 기준 공개와 관련해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가상자산 시장의 신뢰성 제고와 제도권 편입에 대한 기대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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