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없고 성능 탁월, 꿈의 ‘전고체 배터리’… 日 뒤쫓는 韓-獨 [딥다이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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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충전해 서울-부산 왕복 가능
황화리튬 대량생산하면 가격도 뚝
차세대 배터리 경쟁, 韓日獨 3파전
삼성SDI, 파일럿 생산라인 구축

도요타가 6월 기술설명회에서 공개한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 사진 출처 도요타자동차
도요타가 6월 기술설명회에서 공개한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 사진 출처 도요타자동차
화재 위험 없고 한 번 충전으로 서울과 부산을 왕복 가능한 전기차용 배터리. ‘꿈의 배터리’라고도 불리는 전고체(全固體) 배터리 얘기다. 비싼 가격 때문에 대중화가 어려울 거란 회의론이 나오는데도 주요 배터리·완성차 기업이 개발에 열을 올린다. 한국 일본 독일 등 3국이 경쟁하는 구도다.

● 앞서는 일본, 뒤쫓는 한국·독일

25일 현대자동차와 서울대가 개관한 배터리 공동연구센터의 주요 연구과제는 전고체 배터리이다. 이미 대중화된 리튬이온전지에서 전해액과 분리막을 고체 전해질로 바꿔 폭발 위험을 없앤 차세대 배터리이다.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는 전 세계 누구도 상용화하지 못한 미래 기술. 현대차는 2025년에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프로토타입 차량을 달리게 한다는 계획이다.

삼성SDI는 수원연구소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생산라인인 ‘S라인’ 구축을 완료했다. 올해 하반기 중 시제품을 제작해 테스트에 돌입한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는 지난달 창립기념식에서 “올해는 삼성SDI 비전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한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라는 기존 목표를 재확인했다.

전고체 배터리 기술의 원조는 일본 도요타자동차다. 이미 2021년 도쿄 올림픽에 맞춰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가 달리는 영상을 공개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올해 6월엔 2027∼2028년쯤 한 번 충전으로 1200㎞를 달리는 전고체 배터리 전기차를 양산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리튬이온전지 분야에선 존재감이 없는 독일 자동차 업계도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선 뒤지지 않겠다며 속도를 내고 있다. BMW그룹은 미국 솔리드파워와 손잡고 독일에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 생산 라인을 설치 중이다. 2025년 프로토타입 차량을 공개하고 2030년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 리튬이온전지가 못하는 두 가지

도요타가 전고체 배터리 연구를 시작한 건 2000년대 초반. 충격을 받으면 폭발할 위험이 있는 리튬이온전지와 달리 불이 붙지 않는 소재라서 안전하다는 장점이 부각됐다. 이후 리튬이온전지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전고체 배터리에 관한 관심이 줄어드는 듯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가장 실현 가능성 큰 차세대 배터리’ 기술로 다시 주목받는다. 리튬이온전지 기술이 정점에 다다른 것이 그 이유다.

전고체 배터리 전문가인 조우석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수석연구원은 “리튬이온전지는 이미 완성된 기술”이라며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전지가 할 수 없는 것 두 가지를 함으로써 에너지 밀도를 크게 올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중 하나는 양극을 두껍게 만들어 에너지 저장 용량을 키우는 것. KETI는 리튬이온전지보다 양극 용량을 2배로 키우는 기술을 개발해냈다.

다른 하나는 음극재에 흑연을 섞지 않고 리튬 금속을 그대로 쓰는 것이다. 삼성SDI는 이보다 더 나아가 음극이 따로 없는 ‘무음극 기술(Anode-less)’까지 개발했다.

이론적으로 리튬이온전지의 에너지 밀도 한계치는 kg당 350Wh(와트시) 정도다. 현재 리튬이온전지는 최고 300Wh 수준까지 나와 있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엔 에너지 밀도를 kg당 400∼450Wh로 더 끌어올릴 수 있다.

● 대중화는 2030년 이후 전망

문제는 가격이다. 전기차 가격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상황에선 굳이 값비싼 전고체 배터리를 채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25일 보고서에서 “고체 전해질 가격은 액체 전해액의 200배 이상”이라며 “2030년 전고체 배터리의 전기차 시장 침투율이 4%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체 전해질의 핵심 원료인 황화리튬 가격이 1kg에 1500∼2000달러로, 액체 전해액(9달러)보다 훨씬 비싸다는 게 그 근거다.

하지만 현재 실험실 시약 수준으로만 쓰이는 황화리튬이 앞으로 대량 생산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이미 국내외 기업들이 황화리튬 상업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전고체 배터리 가격은 리튬이온전지보다 수십 배 비싸다고 알려졌지만, 삼성SDI가 2027년 양산 시점에 목표로 하는 가격은 상당히 합리적인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물론 양산 초기엔 프리미엄급 전기차나 군사용으로 주로 쓰이고 대중적인 전기차로 확대되려면 2030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소재·부품 관련 연구개발은 진전됐지만 배터리 셀을 설계·제조하는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달리 보자면 일본보다 출발이 늦은 한국 기업이 치고 나갈 기회가 남아있다는 뜻이다. 조 연구원은 “도요타도 아직은 전기차에 쓸 정도로 셀을 크게 만드는 공정은 어려워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배터리 제조 역량을 가진 기업들이 받쳐준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능 탁월#전고체 배터리#차세대 배터리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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