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대규모 감세에 나선 데 이어 올해도 추가적인 감세안을 내놓으면서 세수 부족이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는 기업 실적 악화와 부동산 거래 급감으로 예상 세수(400조5000억 원)의 10%에 이르는 40조 원가량의 ‘세수 펑크’가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에도 감세 기조가 이어지면 나라 살림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 경제 활력 시급하지만…추가 감세로 재정 우려
정부는 27일 내놓은 ‘2023년 세법 개정안’에 따라 세수가 내년부터 2028년까지 5년 누적 기준으로 3조702억 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자녀장려금 확대와 출산·보육수당 비과세 혜택 확대 등으로 앞으로 5년 동안 올해와 비교했을 때 연평균 6000억 원씩 더 적은 세금이 걷힐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계와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더라도 세수 균형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세액공제 등을 동원하지만 추가적인 세수 확보 방안도 함께 마련하는 흐름”이라며 “지속적인 세수 감소는 꼭 필요한 복지 지출 감소 등의 부작용과 재정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세수 결손에 따른 재정 우려에 대해 각종 보조금 삭감 등으로 불필요한 재정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대응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또 감세를 통해 민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면 향후 경기 회복으로 자연히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현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국가 채무를 확대하는 방안에는 일찌감치 선을 긋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연간 세수가 400조 원에 가깝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 6000억 원가량의 세수 감소는 전체 국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며 “투자와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조세 정책을 통해 성장과 세수의 선순환 흐름을 복원시켜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 국회 통과 힘든 부동산세·법인세 개편은 빠져
이번 세법 개정안은 부동산 관련 세제와 법인세, 증여 및 상속세 등 폭발력 있는 주요 세제의 큰 틀은 그대로 두면서 정부가 세제 개편에서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를 폐지하는 방안의 경우 개편의 필요성은 있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재인 데다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이 고려돼 이번 개편안에서 빠졌다. 또 어차피 내년 5월까지는 양도세 중과가 유예돼 있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분석된다.
법인세와 상속·증여세 세율 인하 등을 포함한 대규모 세제 개편안의 경우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회 통과 가능성이 낮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작용했다. 법인세 추가 인하와 관련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인세 최고세율 구간을 조금 더 낮추고 구간도 단순화할 필요가 있지만 지난해 야당의 강한 반대 때문에 개편을 마무리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동일한 내용을 정부가 다시 제출한다고 해서 특별한 진전이 있을 것 같지 않다는 고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는 법인세 최고 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야당의 반대 속에 4개 과표 구간에서 1%포인트씩 세율을 낮추는 것으로 타협한 바 있다. 증여·상속세율 완화도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 대해 경제단체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바이오의약품의 국가전략기술 지정과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제 지원 확대는 투자 및 고용, 성장 잠재력 확충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깊은 고민이 담기지 않은 빈껍데기 개정안”이라고 비난해 향후 법안 통과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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