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부담금 완화책, 꺼져가는 지역경제 살릴 수 있을까[황재성의 황금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29일 08시 00분


1: 비수도권 개발부담금 부과대상 50% 상향 조정
2: 올해 9월부터 내년 12월 말까지 한시 운용 방침
3: 부동산 활성화 통한 비수도권지역 경기 살리기
4: ‘90년 도입된 토지공개념 3법 중 유일하게 유지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
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정부는 올해 9월~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비수도권 지역에서 인가받은 부동산개발사업에 부과할 개발부담금 대상 기준을 현재보다 50% 높여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면제 대상을 확대함으로써 비수도권 지역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사진은 이번 조치로 영향을 받게 된 세종시 전경이다. 동아일보 DB
“비수도권 지역의 경기 활성화 추진”

정부가 최근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이하 ‘개발이익환수법’) 시행령 일부를 개정하기로 하고 내세운 명분입니다. 개정 방안의 핵심은 올 9월부터 내년 말까지 인가 등을 받은 부동산 개발사업에 대해서는 개발부담금 부과 대상 면적 기준을 높여주는 것입니다.

즉 ▲광역시와 세종특별자치시(이하 ‘세종시’) 도시지역은 660㎡ 이상에서 1000㎡ 이상으로 ▲광역시와 세종시를 제외한 도시지역은 990㎡에서 1500㎡으로 ▲도시지역을 제외한 지역은 1650㎡에서 2500㎡ 이상으로 각각 상향 조정하겠다는 겁니다. 면적 기준을 50% 이상 높이고 개발부담금 면제 대상을 늘려줌으로써 비수도권 지역의 부동산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이는 비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경기 침체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비수도권 지역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전국 집값은 전월 대비 0.05% 떨어졌습니다. 수도권은 서울을 중심으로 반등에 성공하면서 0.03% 올랐습니다. 반면 비수도권은 0.13% 하락하며 지난해 7월(-0.01%) 이후 계속 추락 중입니다. 다만 지난해 12월(-1.42%)을 정점으로 하락폭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조치를 통해 비수도권 지역 부동산 경기 회생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국토부는 이에 앞선 2017~2019년에도 비수도권의 개발부담금을 한시적으로 완화해주는 조치를 시행한 적이 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시 부동산개발 사업 인가를 받으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사업 속도도 빨라진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자칫 ‘뜨거운 감자’가 될 수도 있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꺼낸 이유는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이 적잖기 때문입니다. 특히 비수도권의 경우 상당수 지역이 인구감소로 인한 소멸 위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 침체까지 더해지면서 지역 경제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습니다. 내년 4월로 예정된 총선을 고려한다면 정부로서는 방치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2023년 7월 세계경제전망(WEO)’을 통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내렸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이번까지 5회 연속 하향 조정입니다. 올해 들어 IMF가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 높인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IMF는 그 원인으로 중국 경제의 더딘 회복과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침체에 따른 수출 부진을 꼽고 있습니다. 내수 활성화를 통한 경제 살리기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런 문제들의 해법이 결코 쉽지만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카드로 선택된 비수도권 지역의 개발부담금 대상 한시적 확대 조치가 정부의 바람대로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한편 전문가들은 개발부담금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선 정부 방침과는 달리 현재보다 부과 대상을 확대하고, 징수율을 높이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상반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어떤 게 합리적인 선택일까요. 개발부담금의 속사정을 짚어보겠습니다.

● ‘토지공개념 3법’으로 등장한 개발부담금
노태우 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토지공개념 3법은 1990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하지만 일부 위헌 판정 등으로 토지공개념 3법은 10년이 채 못 가 유명무실해졌다. 사진은 노 전 대통령(왼쪽)이 1989년 10월 초 청와대 집무실에서 조순 당시 부총리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모습이다. 국회에 제출할 토지공개념 관련 3개 법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동아일보 DB
개발부담금은 잘 알려진 대로 ‘토지공개념 3법’ 가운데 하나로 도입됐습니다. 나머지는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에 의한 택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법’에 의한 토지초과이득세제입니다. 1986년 3저(저금리, 저유가, 저환율) 호황과 86아시안 게임, 88서울올림픽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크게 늘어난 시중 유동성으로 심각한 부동산 투기와 땅값 급등이 발생하자 시장 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마련됐습니다.

도입 과정에서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도 적잖았지만 민심을 등에 업은 노태우 정부는 밀어붙였고, 토지공개념 3법은 1990년 본격 시행됩니다. 예상대로 시장 안정에는 일정 수준 성과를 거두지만 그 효력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일부 위헌 판정 등으로 3법이 10년이 채 못 가 유명무실해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토지공개념 3법은 ‘종이호랑이’에 불과했다”는 평가마저 나옵니다.

택지소유상한제는 660㎡(200평) 이상 택지 보유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6대 도시 외의 지역에는 적용되지 않는 등 실효성이 없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진 데다 외환위기로 촉발된 부동산 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1998년 9월 폐지됩니다. 또 이듬해인 1999년 4월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판정까지 받습니다.

토지초과이득세는 유휴토지 등의 소유자에 대해 3년 단위로 토지초과이득의 30%(1000만 원 이하) 또는 50%(1000만 원 초과)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였습니다. 하지만 이중과세로 재산권 침해가 과도하다는 이유로 1994년 7월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습니다. 이어 1998년 12월 외환위기의 여파로 완전히 폐지됩니다.

개발부담금제는 택지개발, 공단조성, 골프장건설 등 다양한 부동산 개발사업에 대해 개발이익의 20~25%를 부담금으로 걷는 제도입니다. 현재까지 30년 넘게 유지되고는 있지만 이 역시도 부과가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등 적잖은 우여곡절을 겪습니다.

첫해인 1990년 5월 당시 건설부(현 국토교통부)가 확정한 개발부담금 부과 대상은 1021건, 329㎢(9942만여 평)로 추정됐습니다. 이 가운데 골프장만 87건, 122㎢(3694만여 평)로 전체의 39%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부과된 개발부담금은 188건, 227억 원에 그쳤습니다. (정책브리핑, ‘토지투기 억제와 토지공개념의 변형’)

이후 1997년까지 꾸준하게 늘어가던 개발부담금 징수액은 외환위기에 다시 발목이 붙잡힙니다. 1998년 9월에 법률 개정을 통해 1999년 12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부과 유예 조치가 내려진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경기 상황에 따라 개발부담금은 부담률 인하나 한시 감면, 대상 기준 상향 조정 등과 같은 조치가 이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시행 초기 개발이익의 50%였던 부담률이 현재는 20~25%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 10만여 건, 6조 5000여억 부과
토지공개념 3법은 우여곡절 끝에 1989년 12월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이듬해 1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사진은 국회 본회의 통과 사실을 보도한 동아일보 1989년 12월 13일 자 2면 일부이다.
당초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개발부담금은 국토부가 현재 운영하는 15개 부담금 가운데 징수액 규모가 가장 큽니다. 또 토지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핵심적인 제도로서 큰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올해 5월 발행한 ‘2022년 부담금운용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거둬들인 각종 부담금은 모두 22조 3710억 원입니다. 이 가운데 국토부가 징수한 부담금은 1조 5794억(7.1%)입니다. 전체 18개 부처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금융위원회-환경부-보건복지부에 이어 5번째입니다.

국토부가 운영하는 15개 부담금 가운데에선 개발부담금의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지난해 징수액이 5727억 원으로 전체 부담금 징수액의 36.3%나 됩니다. 이어 교통유발부담금(5079억 원)이 32.2%를 차지했고, 광역교통시설 부담금(1949억 원·12.3%) 개발제한구역 보전부담금(1558억 원·9.9%) 등의 순으로 뒤를 잇습니다.

1990년 도입 이후 지금까지 거둬들인 개발부담금은 건수로는 10만2238건이고, 징수액은 6조 5188억 원에 달합니다. 다만 그 과정은 들쭉날쭉했습니다. 도입 초기 수백억 원대에 머물다 1997년 3800여억 원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이듬해 1452억 원으로 꺾이고 맙니다. 이후 외환위기 등을 거치면서 2008년까지는 꾸준하게 1000억 원대에서 맴돕니다.

반등은 2009년부터 시작됩니다. 그해에 2734억 원으로 2000억 원대를 돌파한 뒤 2017년(3250억 원)에 3000억 원대에 진입합니다. 그리고 부동산 경기가 뜨거웠던 2020년(4283억)에 4000억 원을 넘어섰고, 지난해(5727억 원)에는 5000억 원 선마저 뚫었습니다.

시도별 징수액(누적금액 기준)을 보면 신도시 등 택지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경기도가 전체의 60%가 넘는 3조 9730억 원으로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뒤를 이어 서울(4376억 원·6.7%) 인천(3256억 원·5.0%) 부산(2176억 원·3.3%) 충남(2141억 원·3.3%) 등의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수도권이 4조 7362억 원으로 전체의 72.7%를 차지해 눈길을 끕니다.

징수된 개발부담금의 절반은 토지가 속한 지방자치단체에 넘겨지고, 나머지 절반은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약칭 ‘지방분권균형발전법’)에 따라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이하 ‘특별회계’)에 포함됩니다. 특별회계 자금은 섬, 비수도권 지역 소도시, 접경지, 농어촌 및 산촌 등의 생활환경 정비나 전원마을 조성 등을 지원하는 데 사용됩니다.

● 개발부담금 징수율 높이기 등 해결과제 수두룩
개발부담금은 택지 개발, 공단 조성, 골프장 건설 등 다양한 부동산 개발로 발생하는 이익의 20~25%를 부담금으로 거둬들이는 제도이다. 사진은 수도권 지역에 위치한 골프장의 모습이다. 동아일보 DB
한편 정부가 이번에 비수도권 지역에 대해 개발부담금 적용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개발부담금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강화하는 쪽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국토부의 싱크탱크인 국토연구원도 대표적인 곳입니다.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말 발표한 보고서(‘토지의 공공성 제고를 위한 사전 개발이익환수제도 도입 방안 연구’)에서 “토지 개발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을 환수하는 조세, 부담금 등을 통해 거둬들인 환수금이 개발이익의 1.5~4.5%에 불과하다”며 “개발부담금 운영방식을 전반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토지 개발과 계획에 따라 발생한 이익은 312조~947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또 이를 적절하게 환수하지 못해 불로소득이 된다면 부동산 투기가 만연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됐습니다.

그런데 2020년 환수한 개발이익은 13조 9000억 원으로 개발이익의 1.5~4.5%에 불과했습니다. 조세 가운데 재산세(토지분)는 6조 3000억 원, 종합부동산세는 3조 9000억 원, 양도소득세(토지, 부동산)는 1조 6000억 원이었습니다. 또 부담금 가운데 개발부담금은 6000억 원, 농지보전부담금이 1조 2000억 원, 대체산림자원조성비가 3000억으로 집계됐습니다. 재건축부담금은 실적이 없었습니다.

국토연구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개발부담금 부과 대상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 있다고 강조합니다. 현재는 비도시지역 신규개발지를 중심으로 개발사업을 정의하고 있어 기존 시가지에서 추진하는 개발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환수하기에는 제약이 많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한국전력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매각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부지 개발사업의 경우 도시계획 변경을 통해 제3종 일반주거지역(허용용적률·250%)에서 일반상업지역(800%)으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개발부담금은 부과되지 않았고, 개발이익의 일부인 1조 7000억 원을 공공기여 형태로 환수하는 데 그쳤습니다.

국토연구원은 따라서 “개발이익환수법의 입법 목적에 맞게 개발부담금 부과 대상을 지목변경 등과 같은 유형적 개발-개발이익에서 용도지역·지구 변경 등과 같은 무형적 개발-계획이익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개발부담금의 징수율 높이기도 중요한 해결과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난해 말 징수율은 73%(누적징수액 기준)에 불과합니다. 개발부담금은 현금 이외에도 토지나 건축물과 같은 현물로 낼 수 있습니다. 또 2017년 말부터는 신용카드로도 납부가 가능해졌습니다. 정부는 앞으로 현물 납부의 경우 내야할 개발부담금과 물납부동산의 차액에 대해서도 신용카드 납부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개발부담금의 들쭉날쭉한 운용도 문제입니다. 기재부도 이에 대해 ‘2022년 부담금운용 종합보고서’에서 “(개발부담금을) 부동산 경기상황에 따라 부과 중지와 재부과를 반복하는 것은 제도 운영의 안정성과 납부의무자 간 형평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개발부담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기준 완화를 추진하는 정부와 개발부담금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선 부과 대상 확대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은 서로 엇갈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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