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더 많이 줄어… 무역수지 두달째 ‘불황형 흑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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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무역수지 16억3000만 달러 흑자
원유-가스 등 수입액 1년새 25% 감소
반도체 수출 줄며 수출액 17% 하락
정부 “경기 회복세 접어든 모습” 평가

지난달 무역수지가 흑자를 보이며 2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10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제 에너지값 하락으로 수입이 더 많이 줄어서 나타난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16억3000만 달러(약 2조1000억 원) 흑자로 집계됐다. 16개월 만에 흑자를 보였던 6월(11억3000만 달러)보다 흑자 규모가 5억 달러가량 커졌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부터 올 5월까지 매달 적자였다.

수출이 잘돼서가 아니라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지난달 수입액은 487억1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5.4% 감소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원유(―46%) 가스(―51%) 석탄(―46%)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이 47% 줄었다. 이들 에너지 수입액은 한국 전체 수입액의 20%에 달한다. 지난해 7월 배럴당 약 103달러였던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달 약 80달러로 22%가량 떨어졌다.

반면 수출액은 503억3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6.5% 줄었다. 6월(―6.0%) 한 자릿수로 줄었던 수출 감소 폭은 다시 두 자릿수로 확대됐다. 한국의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12개월 연속 줄었다. 반도체 수출액은 74억4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약 38억 달러(33.6%) 감소했다. 전체 수출 감소분(―99억 달러)의 39%다.

지역별로는 주요 6대 지역에 대한 수출이 모두 줄었다. 특히 중국과 아세안 지역으로의 수출이 정보기술(IT) 부문 수출 급감으로 각각 25.1%, 22.8% 줄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반도체, 석유제품 수출 감소에 따라 각각 8.1%, 8.4% 감소했다. 중남미(―6.7%), 중동(―3.0%)으로의 수출도 마이너스(―)였다.

정부는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든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김완기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6월 생산, 소비, 투자가 모두 증가하는 등 한국 경제는 저점을 지나 회복하고 있다”며 “(무역수지가) 6, 7월 흑자를 기록하면서 ‘상저하고’(상반기 침체 하반기 성장) 전망에 청신호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수출 부진과 수입 감소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지난해 4분기(10∼12월)부터 이어진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수출과 수입이 모두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위축 기조는 올해 4분기까지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무역수지#반도체#수출#불황형 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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