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15곳의 아파트 무량판 지하주차장에서 ‘철근 누락’이 적발된 가운데, 해당 현장의 공사를 감독하는 업체에 LH 퇴직자가 사실상 전부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설계업체의 경우(현장 기준) 절반 이상에 LH 퇴직자가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LH 퇴직자를 중심으로 한 건설업 카르텔을 지적했다. 이한준 LH 사장은 전관 업체 담합 의혹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한다고 밝혔다.
무량판 구조는 보 없이 기둥 위에 지붕을 바로 얹는 방식으로, 건설 비용·시간이 적게 들고, 공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기둥과 맞닿는 부위에 압력이 몰리면서 구멍이 뚫릴 수 있어 완충 역할을 하는 전단층을 넣고, 이를 보강하기 위한 전단 보강근(철근)을 시공한다.
2일 정부 등에 따르면 철근 누락이 발견된 15개 현장 중 LH 퇴직자가 재직 중인 감리업체가 담당하는 곳은 10개 지구인 나타났다. LH가 직접 감독하는 5곳을 제외할 경우 사실상 모든 지구의 감리업체에 LH 퇴직자가 있는 셈이다. 또 LH 퇴직자가 다니는 설계업체가 담당한 현장은 9개로 조사됐다.
앞서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는 LH가 발주한 △파주운정 A34 △충남도청이전신도시 RH11 △수서역세권 A3 △수원당수 A3 △오산세교2 A6 △남양주별내 A25 △음성금석 A2 △공주월송 A4 △아산탕정 2-A14 △양주회천 A15 △광주선운2 A2 △양산사송 A2 △양산사송 A8 △파주운정3 A23 △인천가정2 A1 등의 단지 무량판 지하주차장에서 철근 누락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한준 사장은 무량판 지하주차장에서 철근 누락이 적발된 15개 현장의 설계·감리·시공업체를 경찰에 고발하고, 전관예우 의혹이 불거진 업체에 대해서는 공정위에 조사를 의뢰한다.
LH는 입찰 담합 징후 분석 시스템을 통한 자체분석 결과를 공정위에 전달할 계획이며 전관이 없을 경우 일정한 가점을 주는 방안을 검토한다. 무량판 구조로 설계된 아파트 91곳을 비롯해 350곳의 전체 LH 현장에 대해 부실시공을 근절하겠다는 뜻도 보였다.
LH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반카르텔 공정건설 추진 본부를 설치하고, 부실시공 설계·감리업체에 대해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해 시행한다. 특히 무량판 구조 채택은 지양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국민 안전을 최우선 목표로 부실시공을 원천차단하고 건설업 이권 카르텔을 근절하겠다”며 “이번에 건설안전을 제대로 확립하지 못하고 LH 건설공사 전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전관특혜 의혹을 불식시키지 못하면 LH의 미래는 없다는 각오로 고강도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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