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강등에 금융시장 출렁…주가↓ 환율↑

  • 뉴시스
  • 입력 2023년 8월 2일 17시 52분


코스피 1.90%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 1.15% 올라
단기적으로 악영향…장기적 파급은 '제한적' 관측

미국 신용등급 하락 소식에 코스피가 5거래일 만에 2610원 선까지 밀려나고 원·달러가 한달여만에 1300원 턱밑까지 오르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증시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팔자’ 행렬이 이어졌다.

2일 유가증권시장은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던 전 거래일(2667.07)보다 50.60포인트(1.90%) 하락한 2616.47에 장을 마쳤다. 0.58% 내린 2651.53에 출발한 지수는 점차 낙폭을 확대하며 내리막을 보였다.

개인은 홀로 7696억원어치를 사들인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 854억원, 6853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939.67)보다 29.91포인트(3.18%) 내린 909.76에 거래를 종료했다. 0.90% 떨어진 931.17에 거래를 시작한 뒤 장중 상승 전환해 940선에 닿았지만 이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268억원, 1998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견인했다. 개인만 5543억원 매수했다.

간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 국가 신용등급(IDRs·장기외화표시발행자등급)을 가장 안전한 최상위 등급인 ’AAA’에서 한 단계 아래인 ‘AA+’로 전격 강등한 영향이다.

3대 신용평가사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신용등급 하향 조정 배경에 대해 피치는 “앞으로 3년간 미국의 재정 악화, 국가 채무 부담 증가, 거버넌스 악화 등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신용평가사 피치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하향 조정 여파에 아시아 증시 전반적으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고, 지수 부담이 가중되고 외국인 프로그램 순매도에 따른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심으로 급락했다”고 분석했다.

원·달러는 한달여 만에 1300원 턱밑까지 올랐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83.8) 보다 14.7원 오른 1298.5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10일 기록한 1306.5원 이후 1달 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오른 14.7원은 지난 3월 24일 기록한 16.0원 이후 가장 큰 폭의 오름세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안전자산이 선호되면서 신흥국 증시 하락과 원화 약세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미국 신용등급 하락은 아시아 각국 증시에도 악재로 작용했다.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68.89포인트(2.30%) 급락한 3만2707.69에 마감했다. 지난해 9월14일 이후 최대 낙폭이다.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는 29.75포인트(0.90%) 하락한 3261.20에, 대만증시 가권지수는 319.14포인트(1.85%) 밀린 1만6893.73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미국 경제 성장세가 견고한 만큼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각국에 미치는 영향이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증시와 환율이 일시적으로 출렁일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추세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시각이다.

특히 지난 2011년 8월 스탠더드푸어스(S&P)의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코스피 지수가 20% 가량 떨어졌던 것과 비교할 때 파급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2011년 학습효과에 5월 피치가 이번 신용등급 강등을 이미 예고했던 예고된 악재라는 점에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재정적자가 누적된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 구조 자체가 악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여전히 미국 경제는 다른 글로벌 주요국 중에서 견고하다”면서 “글로벌 경제에 큰 충격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국내외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주목하며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시 시장 안정 조치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날 오전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한국은행, 정부 등 실무회의를 개최하고 미국 신용등급 하향에 따른 시장 영향을 점검했다.

방 차관은 “시장에서는 지난 2011년 S&P(스탠더드 앤 푸어스)의 미국 신용등급 하향(AAA→AA+) 보다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나 향후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심화되며 국내외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 체계를 유지하는 한편 필요시 시장안정을 위한 조치를 신속히 시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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