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마다 3%대 인상 관례 깨고
GM-포드 등 3개사에 이례적 요청
노조 “협상 결렬땐 하반기 총파업”
“美에 국한된 문제 아닐 것” 지적
조합원 약 40만 명을 둔 미국 최대 노동조합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자동차 ‘빅3’ 업체에 임금 40% 인상을 요구했다. 신설 배터리 공장의 노동자도 비슷한 수준의 임금과 안전 요건을 적용해 달라는 내용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업계의 고수익 행진과 함께 자동차 업계의 전기차 전환으로 감원 위기감이 커지자 노조가 이례적인 요구안을 내놨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UAW는 “하반기(7∼12월)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며 이들 자동차 3개사에 임금 40% 인상을 포함한 요구 목록을 제시했다. 미국 자동차 노사 협상은 4년마다 진행되는데 그간 실제 인상률은 3%대에 불과했다. 높은 물가와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의 호조로 고수익을 거둔 만큼 생산직의 임금도 크게 인상돼야 한다는 게 UAW 측 주장이다.
특히 주요 항목 중 완성차 업체들이 짓는 배터리 공장도 같은 임금 수준과 고용 환경이 보장돼야 한다는 내용이 눈길을 끈다. 공장 폐쇄 시 고용 및 연금을 보장하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는 북미 시장 투자를 확대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사들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UAW는 미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완성차 업체에 세제 혜택을 줄 때 배터리 공장 노동자의 임금을 비롯한 근로 환경을 반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숀 페인 UAW 위원장은 “빅3 업체는 사상 최대 수익을 냈기에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요구 관철을 위해) 15만 명의 근로자가 파업에 나설 수 있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다음 달 14일로 예정된 노사 교섭 만료일까지 무분규 타결이 이뤄지긴 어려울 거란 의견이 많다. NYT는 “(자동차 산업 도시인) 디트로이트는 격동의 노동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요구안 수준이 역대 최고 수준인 데다 직전 파업이 GM 한 곳을 대상으로 한 반면에 이번에는 3개 기업 모두를 겨냥했다는 점에서다.
전기차 전환기에 노조와의 갈등이란 변수를 만난 업체들은 한목소리로 우려를 쏟아냈다. GM은 “UAW의 요구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의 생산 능력을 위협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GM은 2019년 UAW 조합원 약 4만8000명이 40일간 파업에 나서 36억 달러(약 4조7000억 원)의 손실을 입은 바 있다. 포드와 스텔란티스도 각각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새로운 차량이나 기술에 대한 투자를 위태롭게 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기아 노사는 2025년 경기 화성시에 들어설 전기 목적기반차량(PBV) 전용 공장의 생산 물량을 두고 갈등을 겪었다. 노조로서는 최대한 많은 생산 물량 약속을 받아내야 고용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기아 노사는 이 공장의 연간 생산 규모를 초기 10만 대에서 추후 최대 15만 대로 증산하기로 올해 초 합의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미국은 물가도 높고 구인난이 극심하다는 특수한 사정도 작용했다”면서도 “그 기저에 전기차 전환 시 노동자가 줄어들 것이란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한국이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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