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서울의 한 서민금융진흥센터. 이곳에서 만난 장모 씨(24)는 “근로소득만으로는 월세 등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어 소액생계비대출을 받으러 왔다”며 한숨을 쉬었다. 장 씨는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향후 추심 등에서 안전할 거 같아서 오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소액생계비대출을 받은 20대 이하 차주의 21.7%가 현재 6000원가량의 이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빚에 짓눌려 막다른 길에 몰린 청년들은 불법 사금융으로 발길을 돌렸을 가능성이 높다.
● 20대 주담대 연체율 역대 최고
청년층은 최근 몇 년 새 받은 주택담보대출을 갚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20대 이하의 주담대 연체율은 0.44%로 집계됐다. 연령대별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8년 9월 말 이후 가장 높다. 2021년 6월 말(0.12%)과 비교하면 3.7배 수준이다.
청년층 주담대 잔액과 연체액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 6월 말 기준 20대 이하의 주담대 잔액은 34조2500억 원으로 2018년 9월(13조4700억 원)의 2.5배 수준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연체액은 200억 원에서 7.5배 수준인 1500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청년층의 빚 부담이 늘어난 건 지난해 이후 20대가 주로 거주하는 대학가 원룸(33㎡ 이하) 월세 가격이 크게 올라 전세자금대출이 늘어난 상황에서 가파른 금리 인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학가의 올 3월 원룸 월세는 보증금 1000만 원 기준 59만6000원으로 1년 전보다 15.1% 올랐다. 서울 동작구에 있는 중앙대 인근 지역 원룸의 평균 월세는 같은 기간 44.6%가 치솟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연 1.25%에서 3.50%로 2.25%포인트 올랐다.
● 저금리 시기 영끌 청년에 직격탄
특히 팬데믹 초기 저금리에 편승해 영끌한 청년층이 직격탄을 맞았다. 부산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27)는 2021년 10월 월세 부담을 줄이려 받은 전세대출이 화근이 됐다. 전세자금 1억8000만 원 중 80%(1억3400만 원)를 대출받았다가 전세사기를 당했다는 김 씨는 “금리가 높아져 한 달 이자만 80만 원인데, 최근엔 폭우로 침수 피해까지 입어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다”며 “나라에 도움을 구하는 회생 절차를 밟기 싫지만 회생 외엔 방법이 없어 고민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한은에 따르면 2020∼2021년 30대 이하 가계대출 비중은 38.3%로 2013∼2019년(29.6%)에 비해 커졌다. 한은은 6월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한동안 30대 이하를 중심으로 2020년 이후 취급된 가계대출의 연체율이 예상보다 높게 상승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경고했다.
청년층의 안정적인 생계를 뒷받침할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경기 성남시에 사는 직장인 A 씨(29)는 4년 동안 준비한 공기업 취업에 실패한 뒤 2021년 자리 잡은 중소기업의 업무가 맞지 않아 이직을 결심했다. 하지만 200곳의 회사에 이력서를 낸 결과 연락이 온 회사는 단 한 곳뿐이었다. A 씨는 “연봉이 3000만 원대인데, 매달 저축과 부모님 용돈 등을 드리고 나면 지금 남는 돈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6월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한 달 새 11.7%(11만7000명) 줄면서 8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존 산업군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불필요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새로운 산업과 기업이 만들어져야 20대 청년층의 고용과 빚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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