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길 찾는 中… 반도체 장비 우회 수입-자체 칩 개발 박차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8일 03시 00분


[미-중 갈등에 투자 소외된 한국]
美의 對中 반도체 규제에 맞서
첨단소재 광물 수출 더 막을수도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규제가 이어지면서 중국은 자체 생존 방식을 찾고 있다. 우방국 등 우회로를 통해 반도체 장비를 들여오는 한편 정부가 자국 반도체 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7일 유엔 무역 통계를 바탕으로 3대 반도체 장비 수출국인 미국, 일본, 네덜란드의 최근 반도체 장비 수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레이시아로 들어간 반도체 장비 유입량은 전년 대비 5억8000만 달러(약 7561억 원) 급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27.66% 늘어난 숫자다.

이는 말레이시아에서 중국으로 넘어간 반도체 장비 규모가 같은 기간 5억9000만 달러(70.88%) 늘어난 것과 거의 일치한다. 미중 갈등 이후 그간 반도체 업계에서 제기돼 왔던 중국의 장비 우회 수입 가능성이 간접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중국은 원래 말레이시아에서 반도체 후공정 장비 등을 받아왔는데, 우회 수입을 통해 추가적인 장비를 확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국 반도체 굴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4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낸드플래시 생산 기업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정부의 자금 지원에 힘입어 자국산 장비로 첨단 낸드 제품을 개발하는 ‘우당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내 낸드 시장 점유율에서 YMTC는 9.9%를 차지하며 4위를 기록했다.

미국에 대한 반격으로 반도체나 배터리 등 첨단 산업 소재가 되는 광물에 대해 수출 통제를 확대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이달 1일부터 통제에 나선 갈륨·게르마늄의 경우 메모리 반도체 생산이 주력인 국내 업계에 가시적인 타격은 없지만 향후 미국의 대중 제재 향방에 따라 통제 품목을 추가하며 협상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

이 같은 중국의 행보는 주요 원소재를 중국에 의존할 뿐만 아니라 중국 내 메모리 매출 비중이 높은 국내 업계가 가장 우려해온 부분이기도 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대중 규제가 이어져 중국 기업들이 자체 굴기를 강화하고 자국 시장부터 확보하기 시작한다면 중장기적으론 국내 업계에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반도체 장비 우회 수입#자체 칩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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