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규제에 무너지는 중기 생태계]
경제자유구역 창고, 별도 허가 필요
수천만원 컨설팅에 시간도 1년 걸려
“규제 완화한다지만 체감 어려워”
경남 지역 산업단지 A풍력발전 부품 제작 업체는 무게가 30∼40t에 이르는 제품을 제작한 뒤 7∼8km 떨어진 창고로 옮겨 포장을 하고 다시 항구로 옮겨 수출하고 있다. 산단 내에 창고를 설치하면 굳이 외부 창고로 옮기는 시간과 비용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지만 수년째 이런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A업체가 이런 번거로운 작업을 하는 이유는 창고업이 산단 내 금지 업종인 서비스업으로 분류돼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창고를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자유구역 내 산단인 탓에 도지사 허가만 필요한 일반 산단과 달리 경제자유구역청장 허가까지 받아야 해 행정절차에 이중의 시간과 노력이 든다. 특히 허가를 받으려면 산단 개발계획과 실시계획을 함께 제출해야 하는데, 과정이 복잡하다 보니 4000만 원에서 8000만 원가량이 드는 컨설팅이 필수다. A업체 관계자는 “시간도 1년 이상 걸린다고 해서 허가를 받아 창고를 짓는 건 사실상 포기했다”며 “경직된 규제가 수출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경직된 산단 규제가 중소기업들의 성장을 가로막고 비효율을 키우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여러 기업이 모여 규모의 경제와 융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하겠다는 산단의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단 내 업종 제한으로 ‘이중 사무실’을 두는 업체도 나온다. 경기 서부 지역의 산단에 입주한 B기계장치 제조업체는 장치를 생산해 시공, 시운전까지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최근 건설업 면허를 요구하는 발주처가 많아져 면허를 취득하려 하는데, 산단 입주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건설업이 산단 입주 제한 업종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각종 계약이 모두 취소될 상황. B업체 관계자는 “산단 밖에 건설업 면허를 위한 별도 사무실을 두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지만 추가 비용이 들어 고민이 많다”고 했다.
정부가 산단 규제 완화의 일환으로 산단 내에 제한업종을 제외한 모든 업종이 입주할 수 있는 ‘네거티브 존’을 2020년부터 운영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 단계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지자체에서 고시하는 최하위 규정인 ‘산업단지 관리기본계획’에서 조성 목적과 주요 유치 업종 등을 명시해 규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산단 규제를 완화한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체감하기가 어렵다”며 “산단이 원래 목적에 맞게 운영되도록 정부가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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