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도 주택임대차보호법 대상
전입신고 없어도 대항력 행사 가능
외국인등록-체류지신고, 효력 가져
직장인 A 씨는 최근 경남 거제시에서 경매로 나온 3층짜리 다가구주택(12채)을 보고 고민에 빠졌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물어보니 국가산업단지가 가까워 임대 수요가 풍부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문제는 세입자였다. 일부 가구에 외국인이 사는 것으로 나왔는데, 전입신고가 돼 있지 않았던 것. A 씨는 “낙찰받았다가 외국인 임차보증금으로 문제가 생길까 걱정”이라고 했다.
다가구주택은 여러 가구가 살 수 있지만 호수별로 소유권이 나뉘어 있지 않고, 소유자가 1명인 단독주택과 유형이 같다. 가구마다 분리된 생활이 가능하고, 각각 월세를 놓을 수 있어 경매 시장에서도 관심을 받는다. 최근에는 외국인이 세입자로 있는 다가구주택 경매 물건도 종종 보인다. 외국인이 세입자로 있는 다가구주택 경매에 참여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살펴보자.
먼저 다가구주택은 세입자가 여러 명이고 전입과 확정일자가 제각각이다. 예상 낙찰 금액에서 몇 명의 세입자가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 배당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있다면 얼마를 인수해야 하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기본적으로 세입자는 등기부등본상 전세권이나 임차권을 등기하지 않아도 전입신고를 하고 거주하고 있다면 주택임대차보호법 대상이 된다. 또 말소 기준 권리보다 이른 날짜에 대항요건(전입신고와 점유요건)을 갖췄다면 경매 절차에서 변제받지 못한 임차보증금을 낙찰자에게 주장할 수 있다. 확정일자를 갖췄다면 다른 후순위 권리자보다 먼저 배당받을 수 있는 우선변제권도 행사할 수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보호 대상이다. 일정 요건을 갖춘 외국인은 내국인과 같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런데 외국인은 전입신고를 하지 않기 때문에 입찰자가 대항력 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물론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을 갖추지 못해 낙찰자에게 보증금 반환을 주장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입국했을 때는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외국인 등록증을 발급받고, 체류지를 이동할 경우에는 체류지 변경 신고를 해야 한다. 외국인 등록이나 체류지 변경 신고는 대항 요건인 전입신고와 같은 효력이 있다. 따라서 외국인 등록을 하고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았다면 대항력과 우선 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보증금이 소액이라면 최우선 변제도 받는다.
지금까지는 경매 입찰자가 외국인 등록 일자를 확인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올해 6월부터 외국인 체류 확인서 열람 제도가 도입돼 현황 파악이 한결 쉬워졌다. 경매 진행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첨부해 가까운 출입국 관서, 관할 주민센터 등을 방문하면 외국인 체류 확인서를 열람·발급할 수 있다. 여기서 외국인 등록 일자나 체류지 변경 신고일을 보고 대항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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