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 한달간 1조 넘게 판매
늘어난 대출한도에 소비자 몰려
당국 “DSR 규제 우회 가능성 높아”
7월 가계대출 잔액 사상 최대치
주요 시중은행에서 약 한 달 동안 나간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담대가 불어나며 가계대출이 넉 달째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금융당국은 초장기 주담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우회 수단으로 활용되는지 점검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에 일제히 연령 제한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은행연합회, 50년 만기 주담대 실적 요청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 4곳의 50년 만기 주담대 취급액은 10일 기준으로 1조2379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은행들은 지난달 5일 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주담대 만기를 50년으로 늘린 상품을 잇달아 내놨다. 한 달여 만에 소비자들이 대거 몰린 것이다. 우리은행도 14일부터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50년 만기 주담대가 늘며 가계부채도 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및 금융감독원 등이 10일 열었던 ‘가계부채현황 점검회의’에서 50년 만기 주담대는 최근 가계부채 상승의 원인으로 꼽혔다. 은행연합회는 11일 각 은행에 공문을 보내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의 판매 실적과 조건 등을 요청했다.
금융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가 DSR 규제를 우회하는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DSR은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DSR 규제하에서 만기가 늘어나면 대출 한도는 늘어나고 은행에 매달 갚아야 할 돈은 줄어든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연소득이 5000만 원인 직장인이 금리 4.45%로 주담대를 받는다고 할 때 만기가 20년인 경우 최대 대출 가능 금액은 2억6400만 원이다. 하지만 만기가 50년으로 길어지면 대출 한도는 4억 원으로 늘어난다. 만기가 50년이 되면 매달 은행에 내는 돈도 188만9861원(대출액 3억 원, 원리금 균등분할상환 방식 기준)에서 124만7915원으로 64만 원가량 줄어든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도상환 수수료도 3년이 지나면 부과되지 않아 소비자 입장에선 50년 만기 주담대가 더 유리하다”고 했다.
● “60대 이상도 대출 가능”
금융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를 받을 수 있는 연령대를 제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신한은행만 만기가 40년이 넘는 주담대에 대해서 만 34세 이하로 연령을 제한하고 있다. 다른 주요 시중은행에선 별도로 나이 제한이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제도상으로 60대 이상도 50년 만기 주담대로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선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올 1월 실수요자를 위해 출시한 특례보금자리론의 50년 만기 주담대 대상이 만 34세 이하인 점에 비춰 봤을 때 시중은행 역시 같은 연령대로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50년 만기 주담대를 받을 수 있는 연령 제한을 포함해 여러 대안을 고민 중”이라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위해 빠른 시일 안에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68조143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5조9553억 원 늘었다. 4개월 연속 증가세로 잔액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갈아 치웠다. 특히 주담대는 한 달 동안 5조9636억 원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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