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히나 했더니… 하반기 비상등
두바이유 한달새 7% 뛰어 87달러… 국내 휘발유 값 40일 연속 오름세
버스-농산물 값도 뛰어 ‘물가 압박’
정부 “이번주 후반 연장여부 발표”
국제유가가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국내 기름값이 40일 연속으로 올랐다. 정부는 대규모 세수 부족에도 불구하고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서울 시내버스 기본요금이 오른 데다 장마와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까지 급등해 올 하반기(7∼12월) 물가에 비상등이 켜졌다.
● 90달러 위협하는 국제유가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82.5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한 달 전보다 9.4% 오른 수준이다. WTI는 9일 84.4달러까지 상승하며 올해 최고치를 다시 썼다. 국내로 들여오는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도 14일 배럴당 87.61달러로 한 달 새 6.9% 상승했다. 두바이유 역시 10일 89.03달러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세계적으로 수요는 늘어나는데 산유국 연합체인 ‘OPEC플러스(+)’의 감산 조치가 이어진 탓이다.
국내 기름값 역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15일 오후 5시 반 기준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L당 1728.56원으로 집계됐다. 전날보다 4.25원 상승하며 40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휘발유 평균 가격은 이달 9일 지난해 9월 말 이후 처음으로 1700원 선을 넘어섰다. 경유 가격도 40일째 올라 1600원에 육박했다.
올 하반기에도 국제유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월간 석유시장보고서를 통해 6월 석유 수요가 하루 1억300만 배럴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에 추가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 정유업계 관계자는 “겨울을 대비한 석유 수요까지 감안하면 하반기 국제유가는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세수보단 물가 안정이 우선
국제유가가 물가를 다시 밀어올릴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는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인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를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올 6월까지 정부의 국세 수입은 1년 전보다 39조7000억 원 줄었다. 하지만 기름값이 다시 뛰는 상황에서 물가 안정과 서민들의 유류비 부담을 낮춰주기 위해선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재 휘발유에 붙는 세금은 L당 615원이다. 유류세 인하 조치로 205원(25%)의 가격 하락 효과가 있는 셈이다.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부탄에 붙는 유류세도 인하 전보다 212원, 73원 적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후반에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여부를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 에너지 가격 추이와 국내 유가, 소비자 물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류세 인하 조치의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대중교통 요금 인상과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올 하반기 물가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12일부터 서울의 시내버스 요금은 교통카드 기준으로 1200원에서 1500원으로 300원 올랐다. 마을버스도 900원에서 1200원으로 인상됐다. 서울의 지하철 기본요금도 10월에 150원 인상이 예고돼 있다. 또 14일 배추 도매가격은 10kg에 평균 1만9820원(상품 기준)으로 1개월 전(9682원)보다 2배 이상 비싸다. 10일 한반도에 상륙했던 태풍 카눈으로 농지 피해 등이 잇따르면서 무와 대파, 시금치 등의 가격도 지난해보다 크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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