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갑질 규제 ‘온플법’, 당정 “자율” 강조에 두달째 표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17일 03시 00분


전문가TF, 6월 회의 후 활동 종료
대통령실서도 명확한 메시지 없어
공정위 “논의내용도 정리못한 단계”
업계 “규제 땐 경쟁력 제한” 우려도

네이버를 비롯한 플랫폼 사업자의 ‘갑질’ 문제가 커지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규제 틀을 정하는 정부 논의는 두 달 가까이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자율규제를 강조하고 나선 데다 업계에서도 국내 플랫폼 기업들의 경쟁력이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플랫폼 기업의 갑질 규제 방안을 논의하는 전문가 태스크포스(TF)는 올 6월 말 열린 대면 회의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활동을 종료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공정위는 규제의 방향성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TF에서 워낙 논의가 광범위하게 이뤄져 아직 논의 내용을 정리도 하지 못한 단계”라며 “새로운 내용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을 만들지 말지 정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공정위 안팎에서는 지난달까지 규제 방안에 대한 윤곽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공정위는 올 1월 전문가 TF를 발족하면서 TF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온플법을 만들지를 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공정위는 카카오, 네이버, 구글 등 일부 거대 플랫폼 기업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를 막는 온플법을 제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플랫폼 ‘재벌’을 지정해 이들이 경쟁업체의 시장 진입과 사업 활동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강도 높은 사전 규제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정이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자율규제를 강조하고 나서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한 TF 관계자는 “6월까지만 해도 공정위의 입장이 규제법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는데 최근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에서 명확한 메시지가 나오지 않아 논의가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당 관계자는 “플랫폼 자율규제는 전 정부와의 차별성을 위해 강조된 측면도 있다”며 “카카오톡 먹통 사태 때 대통령이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언급하면서 메시지에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 정부의 온플법은 플랫폼 기업과 영세 입점업체 사이의 불공정거래 근절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온플법이 만들어지면 국내 플랫폼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 역시 공정위가 고민하는 부분이다. 또 다른 TF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을 전면 규제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조사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의 갑질 사건은 계속 늘고 있다. 지난달 공정위는 모바일 게임사들이 경쟁 앱마켓에 게임을 출시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구글에 대해 400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의결서를 송부하기도 했다.

#플랫폼 갑질 규제#온플법#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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