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등 완화에 매수 심리 회복… 주요 단지 위주로 잇단 최고가 거래
청약도 훈풍… 동대문 래미안 79대 1
전문가 “급매물 소진, 반등세 약해져… 연말로 갈수록 보합세 나타낼 것”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아이파크삼성(449채) 전용면적 156㎡는 지난달 27일 역대 최고가인 59억 원에 거래됐다. 서울 송파구의 대단지 레이크팰리스(2678채) 전용 59㎡는 이달 7일 17억3000만 원에 실거래되며 올해 초 대비 2억∼3억 원 상승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는 “올해 들어 대출 규제가 풀리고 금리가 안정되면서 매수세가 급하게 붙었다”고 했다.
경기 위축과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큰 상황에도 서울 아파트 시장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신축·대단지 등 주요 고가 단지 위주로 신고가가 나오고, 청약 시장에도 훈풍이 분다. 정부의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가 매수 심리를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에 따르면 8월 둘째 주(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9% 상승했다. 지난해 5월 첫째 주(0.01%) 이후 55주 만에 상승 전환한 이후 13주 연속 오름세다. 거래량도 늘고 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7월 서울시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만136건으로 지난해 전체 거래량인 1만1958건보다도 68.3% 늘었다.
특히 청약시장 열기는 심상치 않다. 16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동대문구 ‘래미안 라그란데’(이문1구역 재개발) 청약 1순위 접수 결과 468채 공급에 3만7024명(기타 지역 포함)이 청약해 평균 7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가가 3.3㎡당 3285만 원으로 전용 84㎡ 가격이 10억 원을 넘겼지만 사람들이 몰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서울 부동산 시장이 상승세를 나타내는 건 청약이나 대출 등 규제 완화에 따른 것으로 진단한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단기간에 급락을 겪은 부동산 시장이 규제 완화로 매수 심리가 회복되자 수도권, 특히 고가 단지 위주로 자금이 유입되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갈수록 집값 하방 압력이 거세지며 반등세가 약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내년 건설 및 설비투자 등 경기 전망도 어둡다”며 “하방 압력이 산재해 있어 연말로 갈수록 집값도 보합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근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국내 금리 인상 압력도 거세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건설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 고금리 등 하락 요인이 해결되지 않았다”며 “시장에 급매물이 소진됐기 때문에 반등세가 크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발 경제 위기가 국내 부동산 시장의 하방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중국 경제가 출렁이면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처럼 국내 부동산 경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연말로 갈수록 부동산 시장이 침체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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