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에 희망퇴직 조건 좋아지자… 30대 은행원까지 짐싼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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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디지털 전환 따른 감원 필요… 근로자측 “호실적일 때 나가는 게”
이해관계 맞으며 연령대 낮아져
신한, 2년 만에 하반기 희망퇴직
5대銀 작년 평균 퇴직금 5억4000만원

서울 시내의 시중은행 ATM기기 모습. 2023.6.13/뉴스1
서울 시내의 시중은행 ATM기기 모습. 2023.6.13/뉴스1
‘역대급 이익’을 거두고 있는 은행권에서 희망퇴직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에선 30대까지 자발적으로 짐을 싸고 있다. 실적 호황 덕분에 희망퇴직 조건이 좋아지자 ‘파이어족’(경제적으로 독립한 조기 은퇴자)을 꿈꾸는 행원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신한은행 노사는 희망퇴직에 합의하고 이달 18∼22일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통상 연초에 희망퇴직을 받는 신한은행이 하반기(7∼12월)에도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건 2년 만이다.

특히 신한은행 노사는 부지점장 이하 1983년 이전 출생자(근속연수 15년 이상)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합의했다. 올 초 희망퇴직 신청자의 연령 하한선은 1978년생이었지만 불과 8개월 만에 다섯 살 아래까지로 확대된 것이다. 1983년생 중 생일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만 39세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30대까지 희망퇴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회사 내에서 조기 퇴직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선 ‘희망퇴직 연령대를 낮추자’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우리은행은 2021년 만 54세였던 희망퇴직 연령 하한선을 지난해 들어선 만 42세까지로 대폭 낮췄다.

KB국민은행 노조도 지난해 40대 중반으로 희망퇴직 연령을 낮추자고 요구했다. 지방은행인 BNK부산은행 등은 지난해 이미 30대 희망퇴직자가 나왔다.

은퇴까지 20년 이상이 남은 행원들까지 희망퇴직 대상에 오른 건 우선 디지털 전환에 따른 점포 수 축소로 은행 측에서 행원 수를 줄이려 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4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의 점포 수는 2818곳으로 3개월 새 30곳이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은행권은 호실적을 바탕으로 희망퇴직에 대한 보상 수준을 올려 자발적 퇴직을 유도하고 있다. 5대 금융지주(KB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의 지난해 순이익은 18조 원을 넘기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들 금융지주에 소속된 5대 은행의 지난해 1인당 평균 퇴직금은 총 5억4000만 원으로 1년 새 3000만 원 늘었다. 5대 은행에선 지난해 12월에서 올해 1월 사이 2222명이 희망퇴직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을 원하는 연령대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면서 “한창 일할 연령층이 퇴직하는 것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은행권 희망퇴직 바람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이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퇴직금이 높아지며 올해엔 11억 원을 웃도는 퇴직금을 받는 사례도 나왔다. 하나은행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수십 년 장기근무를 한 A 씨는 상반기에 회사를 그만두며 퇴직금으로 총 11억300만 원을 받았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퇴직금이 적어질까 봐 걱정하는 기류가 있다”고 말했다

#호실적#희망퇴직#디지털 전환 따른 감원#평균 퇴직금 5억4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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