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설명서 받아 입찰 저울질
점유율 세계 3위로 점프 노려
국내 기업과 컨소시엄 가능성도
동원-하림-LX 경쟁 치열해질듯
세계 5위 해운사이자 독일 최대 컨테이너 선사 ‘하파크로이트(hapag-Lloyd)’가 국내 최대 해운 업체 HMM(옛 현대상선) 인수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HMM 인수로 선복량을 늘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3위권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로써 동원, 하림, LX그룹 등 국내 기업 위주로 치러질 것으로 점쳐졌던 HMM 인수전의 판이 커지게 됐다.
● HMM 인수전 판 키운 독일 최대 해운사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파크로이트는 최근 매각 주관사인 삼성증권으로부터 HMM 매각에 대한 상세 내용이 담긴 투자설명서(IM)를 받아 입찰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하파크로이트는 골드만삭스를 자문사로 선정한 뒤 HMM 인수 타당성, 시너지 창출 가능성 등을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향후 하파크로이트가 다른 국내 기업과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에 뛰어들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해외 기업이 HMM 인수에 관심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전까지 입찰 참여 의향을 밝힌 곳은 국내 기업들뿐이었다. 이번 HMM 매각 작업을 맡고 있는 삼성증권은 21일 예비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파크로이트는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독일 최대 해운회사다. 하파크로이트가 HMM 인수를 검토하는 건 180만 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정도인 운송 능력(선복량)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82만 TEU 수준의 선복량을 보유한 HMM을 품게 된다면 MSC, 머스크에 이어 글로벌 3위 선사로 거듭날 수 있다. 하파크로이트는 캐나다, 칠레, 중동 선사 등을 차례로 인수하는 방식으로 사세를 확장해 왔다.
다만, 이번 매각 주체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HMM의 새 주인으로 국내 기업을 선호하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거래에 정통한 다른 관계자는 “하파크로이트 입장에서는 HMM 인수로 유럽 일변도의 선주에서 탈피하는 효과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외국 선사에 파는 걸 꺼리는 데다 주요 국가들의 기업결합심사도 거쳐야 해 난관이 적지 않다”고 전망했다.
● 국내 기업들 입찰가 부담 커질 듯
글로벌 해운사인 하파크로이트가 HMM 인수전에 참전할 경우 동원, 하림, LX그룹 등 국내 기업들의 입찰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동원그룹은 항만(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 육상 물류(동원로엑스)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해상 운송을 담당하는 HMM을 인수해 육상에서 해상까지 포괄하는 종합 물류 회사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이다. LX그룹 역시 종합상사(LX인터내셔널), 물류 대행사(LX판토스) 등을 거느리고 있어 HMM 인수를 통해 통합 물류 체계를 갖추길 희망하고 있다.
하림그룹은 2015년 회생절차에 들어간 팬오션을 인수하며 해운업에 뛰어들었다. 팬오션은 화물 전용인 벌크선 위주이고 HMM은 컨테이너선 중심이어서 두 회사를 하나로 합치면 시너지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번 거래 대상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지분 3억9900만 주다. 지분으로 환산하면 약 38.9%(영구채 포함 희석 기준)에 해당하는 규모다. IB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 규모를 4조5000억 원 안팎으로 점치고 있지만 하파크로이트와 같은 글로벌 해운사가 참전하면 HMM의 몸값은 더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앞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6월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HMM 인수에 관심 있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며 “국내 해운업에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고 자본력을 갖춘 업체가 인수하길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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