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용 태양광 관련 주가는 지난해 12월 15일을 기점으로 하락 전환해 약 50% 떨어졌다. 미국 수요의 50%를 차지하는 캘리포니아주의 정책 변경 때문이다. 넷에너지미터링 개정안(NEM 3.0)이라는 주택용 태양광 정책인데, 2022년 12월 15일에 발표된 이 법안은 올 4월 15일에 시행됐다.
법안의 핵심은 주택용 태양광 보조금을 줄이는 대신 주택용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보조금을 늘려주는 것이다. 배터리 설치를 유도해 태양광 발전소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고, 소비자에게 피해가 없게 보조금을 늘려주는 정책이다. 정책적으로 소비자에게 피해가 없도록 설계됐지만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은 가중됐다.
정책 발표 직후 2분기(4∼6월) 설치 전망치는 0.8GW까지 급락했지만 결과는 1.8GW(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 직전 분기 대비 13% 감소)로 견조한 수요를 확인시켜 줬다. 정책 변경 전인 1분기(1∼3월)에 설치가 집중된 후 2분기에 급락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뒤엎은 결과다. 전년 대비 53%의 고성장세를 유지한 점에서 정책은 소비에 긍정적인 효과를 안겨준 것으로 판단한다.
또한 주택용 태양광 수요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은 설치에 약 3000만 원이 소요되는 금전적 부담으로 고소득층이 주로 설치했다. 하지만 10년간 태양광 모듈 가격의 90% 이상 하락, 설치업체 대형화, 금융상품 개발 등의 요인으로 설치비용이 내려갔다. 주택용 태양광 설치 고객의 평균 소득 수준은 2010년 13만 달러에서 2021년 11만 달러로 하락했다.
침투율을 감안하면 주택용 태양광은 아직 성장 초기 단계다. 미국 전체 주택 중 태양광을 설치한 주택은 3∼5%로 추정된다. 수요의 50%를 차지하는 캘리포니아주의 침투율은 8.2%, 텍사스주와 뉴욕주는 각각 1.1%, 1.3%에 불과하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투자세액공제(ITC) 혜택 연장과 모듈 가격 하락까지 감안하면 주택용 태양광 수요는 장기적으로 견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ESS, 전기차 충전기 등 제품군 확대로 가구당 판매 가능액이 커지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인버터 기업인 Enphase Energy(ENPH.US)의 가구당 판매 가능액은 2019년 2000달러에서 2023년 1만2000달러로 증가했다. 장기적인 수요 성장과 더불어 가구당 판매액 증가로 기업들의 외형적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주택용 태양광 인버터 1위 기업인 ENPH.US도 정책 영향을 피해 가지 못했다. 올 상반기(1∼6월) 실적에 대한 불안감이 주가에 반영되며 지난해 12월 대비 주가가 50% 하락했다. 하지만 올 하반기(7∼12월) 실적 반등과 하반기에 가동될 미국 공장에서 연간 5억∼7억 달러의 IRA 보조금 수령이 기대된다. 2023년 순이익 컨센서스가 5억7000만 달러임을 감안하면 보조금만으로 이익이 2배 증가하는 것이다. 밸류에이션도 과거 5년 평균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12MF PER) 48배 대비 보조금을 반영한 내년 실적 기준 15배로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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