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0일까지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이 1년 전보다 3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경기 침체까지 더해지면서 4분기(10∼12월)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란 정부 전망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21일 관세청이 발표한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이달 1∼20일 대중 수출액은 58억68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5% 줄어든 규모다. 이 추세가 월말까지 이어지면 대중 수출 감소세는 15개월째 이어지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의 반도체 수요 감소와 경기 침체 등이 겹치면서 대중 수출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수출액은 278억56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6.5% 줄었다. 월간 수출액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10개월째 감소세다. 이달도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24.7% 줄며 부진을 이어갔다. 석유제품(―41.7%), 철강제품(―20.5%), 정밀기기(―23.4%) 등도 20% 넘는 감소 폭을 보였다.
수입은 27.9% 줄었지만 수출을 웃돌아 무역수지는 35억6600만 달러 적자였다. 지난달 1∼20일(13억5000만 달러)보다 적자 규모가 2.5배 이상으로 늘었다. 올해 1월부터 이달 20일까지 누적된 무역적자는 284억400만 달러로, 지난해 연간 무역적자 폭(477억8500만 달러)의 60%에 달했다. 특히 이달 1∼20일 중국과의 무역수지는 9억6600만 달러 적자였다. 대중 무역적자는 지난해 10월부터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불황이 이어지면서 수출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에도 충격이 나타나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경기를 비롯해 전국 14개 시도에서 광공업 생산과 수출이 감소했다. 경기(―16.2%)의 광공업 생산 감소 폭이 가장 컸고 부산(―8.5%) 충북(―7.9%) 등도 크게 줄었다. 전국 광공업 생산은 1년 전보다 7.4%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이후 3개 분기 연속 감소세다.
품목별로는 반도체·전자부품(―19.0%)의 생산 감소 폭이 가장 컸다. 화학제품(―16.0%), 고무·플라스틱(―10.3%) 등도 10% 넘게 생산이 줄었다. 전국 수출은 전년보다 12.0% 줄며 3개 분기 연속으로 감소했다.
대중 수출이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한국의 수출 회복 속도는 느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 지방정부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위기를 겪으며 중국 전체가 디플레이션에 빠졌다는 분석도 나온다”며 “이에 따라 한국의 수출 상황이 회복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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