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입찰 마감…LX·하림·동원 등 참전
자금력 부족한 후보군…‘코끼리 삼키는 보아뱀’
무리한 인수로 ‘승자의 저주’ 우려 나와
대주주 산은, 매각 철회 가능성도 제기
국내 최대 해운선사인 HMM 인수전의 닻이 올랐다. 인수금액만 수 조원이 걸린 초대형 인수합병(M&A)으로 실제 인수가 성사되기까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자금 동원력이 미흡한 중견 기업들이 인수 의사를 밝힌 만큼 벌써부터 ‘승자의 저주’ 우려가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HMM 매각 예비입찰에 LX인터내셔널과 하림-JK파트너스 컨소시엄, 동원그룹, 독일 해운사 하팍로이드 등 4곳이 제안서를 제출했다.
당초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던 SM그룹, 글로벌세아 등은 투자 설명서는 받아갔지만 최종적으로 인수전 불참을 결정했다.
HMM의 최대 주주이자 매각 주체인 KDB산업은행은 예비입찰에 응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8주가량 실사 작업을 벌인 후 본입찰을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한다. 이후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는 일정으로 HMM의 새 주인을 찾는다.
현재 입찰을 신청한 기업들은 모두 HMM보다 자산 규모가 작다. 예정대로 연내 매각이 이뤄진다면 보유 자산이 작은 기업이 더 큰 기업을 인수하는 일명 ‘보아뱀 M&A’가 나오는 것이다.
인수 후보군의 자금력은 단독으로 인수액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HMM의 인수 금액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 6조원 이상으로 거론된다. 자금력이 가장 낫다고 평가받는 LX인터내셔널은 LX그룹 기준 2조4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도 6조원에 달하는 인수자금을 마련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하림도 1조6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활용하는 한편, 부족한 자금은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이뤄 마련할 방침이다. 동원그룹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6000억원으로, 한국투자금융그룹과 협력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HMM 인수에 나설 경우 인수자가 경영 위기를 겪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인수 참여 의사를 밝혔던 SM그룹은 입찰 금액이 조달 여력을 초과하는 무리한 인수라는 판단에서 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특수로 호실적을 기록했던 HMM은 해운업 침체로 다시 부진을 겪고 있다. 특히 국제해상운임 지표로 활용되는 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급락하면서 올해 2분기 매출 2조1299억원, 영업이익 1602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8%, 95% 감소한 성적표다. 업황 반등이 쉽지 않아 올 하반기부터 영업손실을 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일각에서는 산은이 이번 매각 작업을 중단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산은은 매각공고문을 통해 “매각 절차는 매도인의 사정에 따라 취소 또는 변경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입찰이 최종 유찰될 경우 산은이 직접 원매자를 낙점하고 협상을 진행하는 ‘스토킹호스’ 방식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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