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신용(가계 빚) 잔액이 올 2분기(4∼6월) 9조5000억 원가량 늘어나 3개 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14조 원 넘게 불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하반기(7∼12월) 들어서도 은행권 대출과 카드론이 큰 폭으로 늘면서 가계 빚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8000억 원으로 3개월 새 0.5%(9조5000억 원) 늘었다. 지난해 4분기(10∼12월)와 올 1분기(1∼3월) 각각 0.2%와 0.8% 줄었다가 다시 불어난 것이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가계대출과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 금액을 더한 포괄적인 가계 빚을 뜻한다.
가계 빚이 늘어난 건 전국 주택 거래량이 늘면서 주담대가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 2분기 주담대 잔액은 전 분기 대비 14조1000억 원 늘어난 1031조2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가계 빚의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권의 지난달 가계 대출 증가 규모(약 6조 원)는 부동산 가격이 고점을 찍었던 2021년 9월(6조4000억 원) 이후 1년 10개월 만에 가장 크게 늘었다.
최근 넉 달 연속 가계대출이 늘면서 은행권에선 연체율 관리에 나선 상황이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15% 안팎의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의 급전 창구인 카드론(장기카드대출)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35조3952억 원으로 한 달 새 1.6%(5483억 원) 늘었다.
특히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고 고용이 불안정한 청년층 대출 부실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최대 100만 원인 소액생계비 대출을 받은 20대 4명 중 1명은 6000원 수준인 월 이자도 갚지 못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실이 신용회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개인워크아웃’(채무 감면)으로 빚을 탕감받은 20대는 4654명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였다.
정책 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가계부채가 그동안 너무 많이 증가했기에 적정 수준으로 지속되게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정책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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