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위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올해 2분기(5∼7월)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내놨다. 업계가 전망했던 AI 반도체 훈풍이 숫자로 증명되면서 이와 연관된 첨단 메모리 제품을 만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낙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3일(현지 시간) 엔비디아는 2분기 매출 135억700만 달러(약 17조8400억 원)와 주당 2.70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월가 전망치 112억2000만 달러를 20% 웃돌았다. 주당 순이익은 전망치 2.09달러보다 30% 높은 수준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01%, 순이익은 843% 급등한 숫자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실적을 발표하며 “새로운 컴퓨팅 시대가 시작됐다”며 “전 세계 기업들이 고성능 컴퓨팅과 생성형 AI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성장 전망도 장밋빛이다. 엔비디아는 전 세계 AI 반도체의 80% 이상을 독식하고 있다. 경쟁자인 AMD가 추격 중이지만 아직은 차이가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엔비디아가 고성능 AI 칩 생산을 내년에 3배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당 4만 달러에 달하는 최신 칩 ‘H100’의 생산 목표를 올해 50만 대에서 내년 150만∼200만 대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경기 추락으로 신음하던 국내 반도체업계도 오랜만에 찾아온 호재로 반색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AMD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한 초고성능·초고용량의 첨단 메모리다. 다량의 데이터를 저장·전달함으로써 AI 시스템 반도체의 데이터 처리를 뒷받침하는 필수 요소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양산 기준 최고 사양인 HBM3를 엔비디아에 납품하고 있다. 다음 세대 제품인 HBM3E를 최근 개발해 엔비디아의 샘플 검증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1∼6월) 양산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도 북미 고객사로부터 HBM3 최종 품질 승인을 최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KB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가 올해 말까지 HBM3 고객사를 최소 4곳 확보하고, 내년까지 8곳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차세대 제품인 HBM3P 제품도 하반기(7∼12월) 공개를 목표로 개발에 착수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HBM 시장은 SK하이닉스가 50%, 삼성전자가 40%가량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엔 양사 점유율이 똑같이 46∼49% 수준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사는 4세대 HBM3 이상의 첨단 제품 시장을 선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미국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지난해 10%에서 올해는 한 자릿수로 떨어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AI 반도체 시장은 계속해서 두 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24년 AI 반도체 시장이 올해 대비 25.6% 증가한 671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문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AI 수요의 중장기 성장성과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에 대한 확신이 강화됐다”며 “이번 실적 발표는 국내외 AI 관련 공급망에도 긍정적이며 이들의 중장기 이익 기대감도 더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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