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점매수냐” “폭우 피하냐” 중국 부동산 위기에 혼란 커진 증시

  • 주간동아
  • 입력 2023년 8월 27일 10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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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8월 증시 저점 구간 진입, 그러나 당장 V자 반등은 어려워”

중국 대형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의 파산 위기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판 리먼 사태를 우려하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 [GETTYIMAGES]
중국 대형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의 파산 위기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판 리먼 사태를 우려하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 [GETTYIMAGES]
“중국 부동산 위기, 미국 금리인상 관련 소식을 들을 때마다 시장이 나락으로 갈 것 같은 위기감이 느껴진다.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을 손절할지, 계속 보유할지 오늘도 고민 중이다.”

8월 19일 50만 명이 가입한 주식 커뮤니티에 한 개인투자자가 “답답하다”며 올린 고민이다. 이달 들어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투자자가 부쩍 늘었다. 코스피가 8월 한때 6% 가까이 하락하면서 불안감이 확산된 탓이다. 테마주 위주로 주가가 급등락하는 양상이 반복되면서 시장 참여자 다수는 소외감마저 느끼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슷한 고민에 빠진 투자자에게 “섣부르게 주식을 정리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중국 대형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이 촉발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더해 헝다그룹마저 파산 신청에 나섰다. 헝다그룹은 8월 1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법 제15조(챕터 15)에 따른 파산보호신청을 해 불안감을 키웠다. 헝다그룹은 2021년 12월 227억 달러(약 30조 원)의 역외채권을 갚지 못해 디폴트 선언을 한 바 있다. 영국 연구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중국에는 미분양 아파트만 3000만 채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산 뇌관이 터졌다는 분석이 잇따르면서 이른바 ‘중국판 리먼 사태’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급성질환 vs 만성질환 vs 진통
다만 시장에서는 신중론이 점차 확산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이 비구이위안의 지분을 늘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장의 우려가 과도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화샤시보’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JP모건은 8월 14일 1억4400만 홍콩달러(약 242억5000만 원) 상당의 비구이위안 주식을 매수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은 중국 부동산 사태가 최악 상황까지 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얘기일 수 있다. 한국 시장 역시 코스피가 2500 선을 지키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번 하락을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급성질환이라기보다 만성질환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리먼 사태처럼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장기간의 경제 둔화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부 전문가는 중국 경제가 고성장 국면에서 중성장 국면으로 전환하는 가운데 겪는 ‘진통’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위기로 현 상황을 바라보는 것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김학균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새로울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 증시는 전부터 중국 경기둔화를 만성적으로 반영해왔다는 이유에서다. 김 센터장은 “2007년 코스피가 2000까지 상승했고, 여기에 큰 영향을 미친 나라가 중국”이라면서 “그 후 16년이 지난 지금 코스피는 2500에 그치고 있는데, 이는 중국 경제가 둔화 국면에 접어든 것이 가격에 반영돼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사태가 급성질환에 가깝다면 리스크 관리를 굉장히 고민해야겠지만 극단적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면서 “이전부터 이어져온 만성질환의 연장선상에서 봐야 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 역시 “코스피 2500은 주가순자산비율(PBR) 0.9배 정도 수준인 만큼 지금은 저평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 시장에서 코스피 0.8배는 역사적 하단 부근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10월 한국 증시는 해당 구간을 통과했다. 염 이사는 “지금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현금 비중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더 나아가 중국발(發)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일평균 수출 금액을 고려할 때 한국 기업 주가가 단기적으로 과대평가돼 조정에 들어설 시점이었는데, 마침 중국에서 부동산 위기 얘기가 나와 관련 시장이 그것을 조정 이유로 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중국 경제성장률이 4~5%대로 하향됐다고 해도 여전히 미국이나 한국보다 높다”며 “향후 세계경제에서 중국의 비중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미국 투자 늘리는 기업 주목”
전문가들은 8월 증시가 ‘저점 구간’에 접어들었다지만 당장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거시경제 전반에 퍼진 불확실성이 당장은 해소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김 센터장은 “현재 상황이 개선될 방향으로 잠재력을 가진 바닥권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한국 증시가 박스권을 벗어날 정도로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염 이사도 “V자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여유가 있다면 연말까지 바라보면서 우량주 매수 기회로 삼아보자”고 말했다.

‘차이나 리스크’가 점점 커지자 한국 기업들은 수년 전부터 중국 외부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의 대(對)중국 의존도는 2020년 25.9%에서 올해 1분기 19.5%로 줄어들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제철은 8월 15일 중국 내 생산공장인 현대스틸 베이징 프로세스와 현대스틸 충칭을 매각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이에 “‘중국 외 국가’에 투자를 늘리는 기업으로 눈을 돌려보자”는 조언도 나온다. 염 이사는 “향후 인도와 미국 시장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현대차그룹처럼 해당 지역 투자를 늘리는 기업 위주로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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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404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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