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 3위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의 대규모 감산 여파 등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 며 정유업계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름철 여행 수요 증가로 휘발유, 항공유 등의 수요가 상승하며 유사 이익의 바로미터가 되는 정제마진이 빠르게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정유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24일 15.07달러로 올 들어 처음으로 15달러를 돌파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주요 생산·판매비 등을 제외하고 남은 이익으로 평균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정제마진은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유가 하락과 강달러 영향으로 하락해 왔다. 올해도 2분기(4∼6월) 내내 월간 기준 정제마진이 5달러를 밑돌았고 정유업계의 실적을 끌어내렸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가 영업손실을 보였고, 에쓰오일과 HD현대오일뱅크는 적자는 면했지만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97.9%, 97.4% 감소했다.
하지만 3분기(7∼9월)들어 사우디, 러시아의 감산이 이어지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7월 사우디가 원유 생산량을 하루 100만 배럴(bpd) 줄였고 러시아는 하루 50만 배럴 감산을 연말까지 이어가기로 했다. 사우디는 당초 7월 한 달 동안 감산할 예정이었으나 8월까지로 연장했고 최근 9월에도 감산을 이어갈 것이라고 국영 SPA통신이 보도했다.
감산의 영향으로 6월 말 배럴당 60달러대 후반에 거래되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이달 9일 84.40달러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점을 나타냈다. 최근엔 미국, 이란의 원유 생산 확대 및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 등으로 소폭 조정받았지만 25일 79.83달러로 거래되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로이터통신은 24일(현지 시간) “정유사는 수개월 전 싸게 구입한 원유를 가공해 현재 높은 가격으로 팔기 때문에 마진이 개선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름철 항공유 수요 증가와 글로벌 정제설비 가동률 제한도 정유사에 호재로 작용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원유 가격은 주로 선물시장과 연동돼 전망에 따라 좌우되는 반면 정제마진은 실제 쓰는 석유제품 가격에 좌우돼 괴리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이 수요를 웃도는 현상이 이어지며 정제마진은 연말까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2분기 부진했던 정유업계의 실적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증권업계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줄줄이 적자를 보였던 국내 정유업계가 올해 4분기엔 흑자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최근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둔화가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경기가 가라앉으면 석유제품 수요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완화로 미국 및 이란의 원유 공급 확대가 속도를 낼 경우 유가가 하락해 정제마진을 끌어 내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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