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A Farm Show-창농·귀농 고향사랑 박람회]
[스마트팜, 스마트잡]〈5〉 미래 먹거리 만드는 기술
콩계란, 식감 거의 같고 값은 더 싸… 식중독-조류인플루엔자 영향 없어
배양육, 도축하지 않는 진짜 고기… 가축 사육 안해 탄소배출도 줄여
푸드테크 시장, 2025년 483조 전망
21일 서울 동작구의 한 공유 주방. 문주인 메타텍스쳐 대표(25)가 냉장고에서 길게 자른 계란 지단과 몽글몽글하게 삶아진 흰자, 노른자를 꺼내 식탁에 올렸다. 닭이 낳은 계란이 아니라 대두를 비롯해 콩으로 만든 식물성 계란이었다. 작게 잘라 맛을 보니 식감이 계란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았다
흰자와 노른자를 버무려 만든 샌드위치도 한입 베어 물었다. 동물성 계란이 들어간 샌드위치와 구분하기 어려웠다. 문 대표는 “삶은 계란 한 개 가격이 평균 290원인데 우리 제품은 260원”이라며 “그런데도 계란의 가장 중요한 영양소인 단백질 양은 6g으로 닭이 직접 낳은 계란과 동일하다”면서 웃었다.
● 도축, 환경 파괴 없이 단백질 보충
대학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한 문 대표는 2018년 학과 행사에서 우연히 콩으로 만든 고기를 먹고 놀랐다. 콩으로 만들었는데도 맛과 향은 진짜 고기와 구별하기 어려웠다. 문 대표는 그때 대체식품의 시장성을 봤다. 4년 뒤 메타텍스쳐를 설립한 그는 식물성 원료를 배합해 국내 최초로 식물성 계란을 시장에 내놨다.
문 대표가 만든 식물성 계란은 식중독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동물성 계란처럼 살모넬라균 등에 오염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탄소 배출량도 동물성 계란보다 93.5% 적다.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거나 곡물 가격이 오르더라도 계란값은 달라지지 않는다. 식물성 원료로 만들어 칼로리는 동물성 계란보다 33% 낮고 포화지방도 99% 적다.
식물성 계란의 가치는 이미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회사 창립 후 8개월 만에 편의점 CU와 제품 공급 계약을 맺었다. 올해 15억∼17억 원 규모의 벤처캐피털(VC) 투자도 예정돼 있다. 문 대표는 “앞으로 식물성 계란은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 될 것”이라며 “현재 단백질 섭취가 힘든 아프리카 국가들과도 납품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오염과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식품(food)과 기술(tech)을 접목한 푸드테크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 푸드테크 시장 규모는 2017년 2110억 달러(약 283조 원)에서 연평균 7%씩 성장해 2025년에는 3600억 달러(약 48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 부족한 농가 일손 메우는 푸드테크
푸드테크는 농가의 일손 부족을 메우고 생산력을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스타트업 ‘에이오팜’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시장 가치가 떨어지는 농산물을 자동으로 걸러내는 제품을 개발했다. 사람이 시간당 1000개 정도 골라내는 불량 과일을 3만2700개까지 분리해낼 수 있다. 에이오팜이 개발한 제품은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에서 이미 가동 중이고 제주 서귀포시 등 일부 지역 농협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출신들이 세운 ‘씨위드’는 가축의 단백질 세포를 배양해 고기를 만들어내는 배양육 회사다. 대체식품이 기존 식품의 맛과 향, 영양을 모방했다면 배양육은 말 그대로 진짜 고기다. 하지만 고기와 달리 가축을 사육하거나 도축하지 않아도 되고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씨위드는 세계 최초로 해조류를 활용해 배양액을 만든다. 이를 통해 최대 수백만 원이 드는 배양액 가격을 L당 2000원 정도로 낮췄다. 이희재 대표(28)는 “도축해서 만든 고기처럼 두껍게 배양하는 기술도 해조류로 만든 틀(스캐폴드)로 구현할 수 있다”며 “배양육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숙제”라고 했다.
이기원 한국푸드테크협의회 공동회장은 “정부가 푸드테크 분야 인재를 발굴하고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에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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