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이 실적 부진과 조달 비용 부담으로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에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서민들은 급전 창구인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단기 대출로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중저신용자를 위한 정책금융 상품이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될 수 있도록 정부 보증과 함께 금융기관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저축은행(79곳) 중에서 가계 신용대출을 취급한 기관은 28곳이었다. 작년 7월(34곳)과 비교하면 6곳 줄었다. 특히 지난달 신용평점이 600점 이하인 저신용자에게 신용대출을 집행한 저축은행은 16곳에 불과했다. 1년 전(25곳)보다 9곳이나 줄어들었다. 대표적인 2금융권이라 할 수 있는 저축은행이 중저신용자들의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는 얘기다.
저축은행들이 중저신용자 신용대출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연체율 부담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저축은행 연체율은 5.33%로 3월 말(5.06%)보다 0.27%포인트 올랐다. 연체율 증가 폭은 직전 분기 대비 둔화됐지만, 연체율이 6년 만에 5%를 넘은 탓에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저축은행의 자체 조달 비용이 늘어난 점도 배경으로 지목된다. 올 상반기(1∼6월) 저축은행의 당기순손실은 962억 원으로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반기 기준으로는 9년 반 만에 처음 적자였다.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금리의 차이)가 크게 줄어들어 이자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이 원인이었다. 저축은행 고위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조달 비용이 크게 늘어난 데다 연체율도 악화되는 분위기”라며 “개인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급전이 필요한 중저신용자들이 카드사의 단기 대출을 받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의 7월 말 카드론 잔액은 35조3952억 원으로 전월 대비 5483억 원 증가했다. 카드론뿐 아니라 현금서비스(6조4078억 원)와 리볼빙(7조3090억 원) 잔액도 전월 대비 각각 772억 원, 392억 원 늘었다.
일각에선 카드론 등 단기 대출의 증가로 카드사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출 문턱이 높아진 중저신용자들이 단기 카드 대출을 늘리면서 카드사의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며 “카드사 차원에서도 신용판매 비중 증가, 조달 비용 경감 등의 방식으로 건전성 강화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중저신용자에게 초점을 맞춘 정책자금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도까지 카드론을 다 채운 중저신용자들은 불법 사금융 시장에 노크할 가능성이 높다”며 “햇살론 한도를 높여 정책금융 지원을 늘리고, 민간 중금리 대출을 취급하는 금융사에 대한 인센티브를 추가로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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