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은 임금 25% 인상안 통과
내년 11월 美대선 앞둔 상황
노조 입김 더 강해질 가능성 우려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현지 인력 채용, 임금 인상 등 미국 노동조합의 강한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내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둔 상황이어서 노조의 입김은 더 강해질 수 있다. 대미 투자 때 이른바 ‘노조 리스크’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2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미 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와 전미자동차노조(UAW) 등은 27일(현지 시간) 현대차 미국 법인에 ‘지역사회 혜택 협약’ 서한을 보내며 단체 행동을 예고했다. AFL-CIO와 UAW 등은 현대차에 “근로자와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를 담을 수 있는 강제력 있는 협약이 필요하다”며 지역 주민 우선 채용 등을 요구했다. 신규 채용 45%, 승진 인원 20%를 여성이나 소수인종, 전역 군인으로 채울 것 등을 협약에 명시하자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전환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우려해 새 전기차 공장을 짓고 있는 완성차 업체들에 노조 가입에 준하는 구속력 있는 단체협약 압력을 행사한 것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UAW 등이 현대차뿐 아니라 독일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대규모 전기차 투자 업체들에도 비슷한 요구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제조업체들도 노조의 ‘타깃’이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미국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임금 인상 계획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8개월간의 교섭 과정에서 노조는 강도 높은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사측은 근로자 시급을 약 16.5달러(2만2000원)에서 25% 오른 약 20.5달러(2만7000원)까지 높이는 인상안을 제시했는데, 조합원의 80%가 찬성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의가 다른 배터리 업체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LG엔솔을 비롯해 SK온, 삼성SDI 등은 2025년 양산을 목표로 미국 전역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UAW는 배터리 공장 근로자들에게 노조 가입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UAW는 미국 내에서도 매우 큰 영향력을 가진 집단이다. 주요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은 UAW 구미에 맞는 정책과 공약을 내걸 정도다. UAW 등이 현대차와 배터리 회사들에 강력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도 내년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노조 일자리 확대’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른 해외 기업들도 미국 노조 리스크에 사업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에 공장을 짓고 있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공장 가동 시기를 당초 2024년에서 2025년으로 늦췄다. TSMC는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위해 대만에서 약 500명의 인력을 데려올 계획이었는데, 미국 현지 노조가 이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미국 노조는 ‘자국 내 일자리 창출’이라는 미국 반도체법의 목표에 반한다는 이유를 댔다.
한 배터리 업체 임원은 “솔직히 가장 걱정되는 건 노조 문제다.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이 대단히 크고 정치인들도 꼼짝 못 한다”며 “UAW가 한국 배터리 회사들과의 첫 관계를 유리하게 맺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노조 리스크가 미국에 진출한 업체들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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