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발 경제위기는 주요 글로벌 기업들의 올해 경영 실적을 일제히 끌어내리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통하던 중국의 수요 감소가 각국 실물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28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전 세계 여러 기업이 발표한 2분기 기업 보고서에 중국에 대한 우려가 담겨 있다”며 “중국 수요가 줄면서 연간 매출 목표를 낮추는 기업도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 화학기업 코베스트로의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올 2분기 순이익이 1년 전에 비해 76.9% 급감했다. 마르쿠스 슈타일레만 코베스트로 최고경영자(CEO)는 FT에 “하반기에도 중국 경기 회복은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주식 투자기업 메가트러스트 인베스트먼트의 치왕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금처럼 중국의 소비자, 부동산,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적이 없었다. 이 상황은 단순한 경기 순환이 아닌 보다 구조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중국발 충격의 여파가 유독 극심한 것은 중국이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치 때문이다. 캐나다 시장조사업체 BCA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중국이 세계 경제성장에 기여한 비중은 40%를 넘는다. 이에 비해 미국은 22%,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은 9%에 그쳤다.
중국 경기 침체는 기업 투자도 위축시키고 있다. 2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세계 10개 반도체 기업의 올해 투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16% 감소한 1220억 달러(약 164조 원)로 집계됐다. 10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중국 시장의 앞날이 불투명해 반도체 공장 설립 등 관련 투자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중국과의 교역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대중(對中)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독일은 지난달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38.8로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았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내수시장 덕에 무역 의존도가 낮은 미국보다 중국의 주요 교역국인 한국, 일본, 독일이 더 불리하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부동산발 경제위기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는 견해도 있다. 조지 매그너스 옥스퍼드대 중국센터 연구원은 “중국의 국영은행 체제에서는 정부가 금융기관 간 부채를 옮기고 은행들을 합병시키는 방식 등으로 금융시스템이 무너지지 않도록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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