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원유 기본 가격 최종 확정을 앞두고 흰 우유 가격을 둘러싼 유업체들의 눈치싸움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원윳값 인상에 따라 원유가 원재료의 100%를 차지하는 흰 우유의 가격이 오르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지난해보다 높아진 인상 폭을 고려하면 현재 2800원대에 형성된 흰 우유의 소비자 가격이 3000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의 압박이 변수로 떠올랐다.
정부는 원윳값 인상 폭 결정에 앞서 유업체들을 불러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원재료 가격은 오르지만 기업들에게 감내하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책임을 기업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낙농진흥회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원유 가격을 최종 확정 짓는다. 앞서 지난달 27일 낙농진흥회는 11차 회의 끝에 인상안에 잠정 합의했다.
협상 소위원회는 음용유용 원유 기본 가격을 전년 대비 L당 88원 오른 1084원·가공유용 원유 기본 가격을 L당 87원 오른 887원으로 결정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도 이 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원윳값이 L당 49원 인상되자 흰 우유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올해 인상 폭은 이보다 훨씬 크다. 단순 비교하면 흰 우유 1000㎖와 900㎖ 제품 가격이 3000원대를 넘어설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해 원윳값 인상 이후 흰 우유 1000㎖의 제품 가격을 대형마트 기준 2710원에서 2800원 후반대로 올렸다. 매일유업은 900㎖ 제품 가격을 2610원에서 2860원으로, 남양유업은 900㎖ 기준 2650원에서 2880원으로 조정했다.
올해 원윳값 인상 폭이 지난해보다 더 크지만 되레 흰 우유의 소비자 가격 인상 폭은 낮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의 압박을 무시할 수만은 없어서다. 아울러 고물가 현상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생필품의 개념을 가진 흰우유 가격이 3000원대를 넘어설 경우 소비자들의 반발도 커질 우려가 있다.
대체로 수익성이 떨어진 유업체들은 고심에 빠졌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29% 줄어든 233억원을 기록했다. 매일유업(267980)의 경우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했지만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은 30%가량 줄었다. 남양유업(003920)의 경우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을 전년보다 66% 줄였지만 여전히 67억원의 적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원유 가격이 오르면 흰우유 가격이 오르는 건 당연한 수순이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원윳값 인상에 따른 비용 증가분을 100% 반영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라며 “흰우유 가격이 얼마로 책정되든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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